“北, 제재에도 新무기 만들 만큼 여력 있어… 내년 ICBM 쏠 수도”

[논설위원의 이슈&톡]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태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 “외교를 청와대가 다 하고 외교장관의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외교 정책에선 외교장관이 응당한 지위를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2016년 귀순하기 전까지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58)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주영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서 참여했다. 4년 사이에 처지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기막힌 인생유전이다. 태 의원은 감정을 통제하려 했지만 화면으로 주영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북한 외교관이던 자신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돼서 옛 부임지의 한국대사에게 질의를 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4년 전 첩보영화의 주인공처럼 영국에서 독일의 미군기지를 거쳐 서울로 귀순했던 태 의원은 이런 감격을 느끼며 생애 첫 국감을 치르고 있다.

국감 일정이 없던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 의원을 만나 북한 관련 현안들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돼서 북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 방안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혹평을 쏟아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글쎄, 내년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북한에 양보하지 않으면 현재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힘든데, 미국이 쉽게 양보할 것인가에 난 회의적이다. 대치 상태가 내년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까.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이롭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시적·충동적인 스타일로는 자칫하면 북한의 꼬임수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는 모든 걸 자신이 해결하는 톱다운 방식(하향식)에 집착하는 반면 바이든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바텀업 방식(상향식)이다. 북한은 바텀업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은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 것 같은데.

“당연하다.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에 북한 최고지도자를 세 번이나 만나준 전례도 없고. 북한은 전문가 집단과 소통이 잘 안 되는 트럼프 같은 인물을 선호할 것이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되고 예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처럼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장기적인 제재 국면으로 간다면 북한은 미국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도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모종의 협상을 하겠지만 북한이 바라는 결과물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를 줄이는 식의 제안을 내놓을 것 같다. 만일 미국이 여기에 말려들어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이 미국을 겨냥한 것 아닌가.

“그렇다. 내년 한 해 동안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은 이것도 꼭 보여줄(발사도발 감행)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열병식에 가짜를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먼저 실체를 보인 뒤 발사하는 걸 보여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정은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 하면서 이야기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공격적이고 위험한 발언이 많다. 특히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은 핵무기다. 이걸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기존 핵 독트린과 달리 재래식 무기를 동원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언급한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해 사과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표현한 것은 어떤가.

“우리 국민을 사살한 데 대해 정치적 책임이 있는 김정은을 향해 ‘계몽’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게 대단히 부적절하다.”

-최근 북한은 내부 회의를 자주 공개하고 최고지도자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도 보이던데.

“김정은은 1950~70년대 초까지의 자기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를 많이 모방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시기는 수령의 절대독재 구조가 아니라 인민민주주의적인 구조여서 김일성도 절차적 과정을 다 지켰다. 북한 역사에서 제일 발전하고 나라가 합리적으로 돌아가던 때다. 이 시기에 대한 노스탤지어(그리움)가 북한 주민들에게 많이 남아 있는 걸 김정은이 이용하려는 것 같다. 50, 60년대 할아버지가 어떻게 했는지를 많이 들여다본다. 김일성이 입던 스타일의 옷을 입기도 한다. 겉옷을 벗고 논밭을 누비는 것도 김일성 때 하던 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선 종전선언’은 어떻게 보는지.

“현재 비핵화가 안 되고 있으니 종전선언을 비핵화 앞에다 놔서 협상의 물꼬를 트자는 의도다. 지금 북한은 공이 미국에 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중이다. 미국만 오케이하면 다 된다. 최근 청와대 인사들이 잇따라 백악관을 찾아가 이 문제를 얘기한 것 같다. 미국이 이 말을 듣고 ‘종전선언을 하면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차기 미 행정부와 북한 간의 첫 번째 어젠다는 종전선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주저앉는다면 그때부터 북한은 종전선언에 기초해서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주장할 것이다. 한국 내 일부 세력이 동조할 테고 그러면 유엔사가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서해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떤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 처벌과 유가족에 대한 보상이다. 우리는 북한에 공동조사만 제기했는데 이건 시간 끌기 전술이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치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동안 여러 합의가 있었는데 이행된 것은 없다. 합의를 위한 합의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쇼나 국내 정치 일정에 맞춰서 이벤트성 합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변화시키려면 우리가 생각하는 걸 북한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해야 한다. 반발하겠지만 끊임없이 얘기하면 북한이 잘못을 깨닫고 시정할 수 있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북한이 오판할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갔으면 좋겠다.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못해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대북 제재로 북한이 정말 위기인가.

“현재의 유엔 제재는 북한이 현 수준에서 더 발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다 굶어죽게 만드는 생존권 억제는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 특히 중국만 있어도 북한은 살아간다. 열병식에서 무기 만들어놓은 걸 봐라. 아직도 여력이 있다는 거다. 다만 발전이 막힌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냐가 문제다. 제재로 나라가 발전하지 못해 주변국들과의 격차가 커지면 자라나는 세대는 자괴감이 커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 시점에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다. 나는 체제 전환이 일어나는 그 시점을 지금부터 20년 안팎으로 보고 있다. ‘핵무기를 갖췄으니 이제 경제건설을 하겠다’가 김정은 연설의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가 ‘핵은 뒤에 놓고 일단 교류하며 공동번영의 길을 찾자’고 하면서 철도도 깔아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 말이 맞았네’ 할 것이다. 이러면 김정은 체제는 영구적으로 가게 된다. 김정은의 전략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가 입증해야 한다.”

-김여정의 2인자 등극은 어떻게 봐야 하나.

“미국이 지난 1월 이란 군부의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사살한 것을 김정은이 보고 ‘내게 이런 일이 닥쳤을 때 나를 대신할 2인자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본다. 예전엔 김정은이 가는 곳에 항상 김여정이 있었지만 최근엔 같이 안 갈 때가 많다.”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 대리의 망명에 대해선.

“지난해 망명한 사실을 몰랐고,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연락이 안 닿는다. 오랜 동료 사이여서 하루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생애 첫 국감이 끝나 가는데 소감은.

“행정부에 대한 이런 견제 과정이 북한과 다른 대한민국 힘의 원천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행정기관 한 곳이 쓰는 예산이 북한 내각 예산보다 큰 것을 보고 경제적 힘의 깊이도 실감했다.”

천지우 논설위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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