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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거부 하세요’ 고개드는 유사과학… 전문가 “그래도 접종”

일선 병원 예방 접종 접수자 급감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서 22일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1주일 새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10건 넘게 보고되면서 접종을 받아도 되는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20건 이상 발생하면서 예방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접종기관에 길게 늘어섰던 예방접종 대기줄도 사고 발생 전보다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의학적 근거가 없어 사장됐던 ‘백신 거부운동’도 일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어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하루 만에 10건 이상 추가 보고된 22일 서울시내 병·의원에는 예방접종을 위한 내원객이 줄어든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원장은 “지난주에 비해 예방접종 접수 환자가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면서 “백신 주사를 맞으면서 ‘부작용이 발생해 숨이 가빠지면 어느 과에 가야 하느나’는 질문을 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을 전문으로 하는 마포구의 다른 의원도 백신 품귀 사태가 빚어졌던 지난주보다 접종 희망 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백신 부작용 사례가 부쩍 많이 공유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 맘카페에서는 “예방접종을 한 11살 아이와 17개월 아기가 접종열이 떨어지지 않아 고생을 했다”며 “전에 없던 증상이라 올해는 예방접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40대 주부는 “주사 맞은 곳이 아프다 못해 부어오르고 검게 착색된 흉이 졌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올해는 안 맞겠다’ ‘장기적으로는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각에선 한동안 잊혔던 ‘독감 백신 거부운동’을 재평가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독감 예방접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왔던 한 시민단체는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예방접종을 중단하자 오히려 영아 사망률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면서 “백신 접종률이 다른 해에 비해 30% 정도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렸다.

비슷한 주장을 하는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백신은 진리다’라는 말에 갇혀 사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거나 “아이가 학교에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배워왔는지 자꾸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어쩌냐”는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일부 맘카페에서도 “백신 거부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해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크게 늘어 사망자도 함께 늘었을 뿐이고, 동시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여전히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거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정작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마디 반론을 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은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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