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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부작용 불보듯 뻔한데… 당정, ‘표준임대료제’ 만지작

신규 전월세상한제 함께 검토… 전문가들 “집주인 우위인 시장 가격 통제하면 품귀 심해질 것”


정부·여당이 최근 전세 대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떤 대책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표준 임대료제’나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런 반시장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가뜩이나 실타래처럼 얽힌 임대차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해당 정책과 관련된 법안을 이미 여당 의원들이 발의해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개정안에는 시장·도지사가 시·군·구의 표준 임대료를 정해 매년 공고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증액 상한율 범위 이내에서만 보증금과 월세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임대료제가 포함됐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이 8월 대표 발의한 임대차법 개정안에는 현재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해당 주택 공시가격의 120% 이내 범위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들은 현재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 의석수 등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의 방침이 설 경우 정책 시행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정책들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도입 필요성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도입 방침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도 “표준 임대료는 임대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뒤에야 시행할 수 있다. 시행에 한참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차 매물 품귀로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뚜렷한 단기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표준 임대료와 전월세상한제 등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제는 정부의 또 다른 개입에 의한 부작용 가능성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현재 임대차시장은 품귀현상으로 인해 집주인 우위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임대물량 품귀가 심해지거나 ‘전세 권리금’을 요구하는 등의 음성적인 거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에도 “표준 임대료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음성적 요구를 하거나 임대주택 보수 비용 등을 부담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전세 대란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의무, 사전 청약 확대 등의 정책으로 인해 전세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라며 “이런 근본 원인은 놔두고 가격만 통제하는 것은 전세 대란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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