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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패션·무대 모두 이상한데 멋진 무용단… 너흰 누구냐

장르 파괴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사진)이 이끄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2007년 창단된 후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를 비롯해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앰비규어스 제공

안 멋진데, 멋지다. 아무렇게나 추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배운 것 같지도 않은 춤. 둠칫둠칫 흔드는 것 같은데, 관절은 닳아 없어진다는 그 춤. 클래식이 흘러나오는데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판소리 가락에 발레를 하는,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대체 왜?’라는 생각이 드는 괴상한 현대무용단이 있다. ‘앰비규어스(ambiguous) 댄스컴퍼니’. 이름이 곧 정체성이다. ‘애매모호하고, 분명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 앰비규어스를 이끄는 김보람 예술감독을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현대무용 전공자 김 감독은 틀에 박힌 춤이 싫었다. 2000년부터 엄정화 등 내로라하는 가수의 백업 댄서로 일했지만 잘 안 맞았다. 현대무용도 유쾌할 순 없을까. 2007년 앰비규어스를 만든 후 인생이 달라졌다. 춤출 수만 있다면 어디든 무대가 됐고, 문법을 파괴한 몸짓도 작품이 됐다. ‘괴짜’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 그는 현대무용계의 아이콘이다.

김 감독은 “춤추고 싶어지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앰비규어스 작품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르 파괴’다. “모든 일상은 패턴을 지녀요. 사계절이 그렇고, 출생과 죽음도 마찬가지죠. 춤도 그래요. 장르마다 문법이 있는데, 그걸 깼죠. 춤을 제 나름의 단위로 쪼개서 순서를 바꾸거나 중간을 빼는 식이죠. 창작의 영역인데 봄 다음에 가을이 오면 어때요.”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속 앰비규어스의 모습. 앰비규어스 제공

이는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에서 제대로 빛을 봤다.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이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를 모은 총 6편 분량의 한국 관광지 홍보영상이다. 평소 조명 하나까지 직접 매만지던 그에게 공공기관과의 협업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제안을 받고 안무 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섭외된 장소를 가보니 자갈밭이었어요. 저희 춤은 보기엔 쉬워도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동작이 많아요. 평지에서 추기도 힘들죠. 그래도 그냥 했어요(웃음).”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에서도 이런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무용 입문작으로 불릴 만큼 직관적인 몸짓들로 구성되는데, 설렁설렁 흔드는 것 같지만 무용수들은 신음을 토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감독은 “멋있지 않아요?”라고 거듭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멋짐’은 ‘이상함’이다. 이상함이란 낯설다는 의미이자, 새롭다는 의미다.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아, 이상할수록 멋진 거구나’ 생각했어요.”

앰비규어스 ‘기가 막힌 흥’ 공연 모습. 앰비규어스 제공

‘멋짐’은 패션에서 정점을 찍는다. 트레이드 마크는 선글라스와 모자다. 얼굴이 전달하는 감정의 언어를 배제하고 몸의 언어에만 집중하길 바랐다. 홍보영상 서울 편에서는 하얀 한복에 물안경을 꼈고, 강릉에서는 한복에 바람막이를 걸쳤다. 서구와 전통의 아이템을 조잡하게 얹은 것 같은데 어딘지 매력있다. 패션 철학을 물었더니 또 “그냥 뭐, 멋있지 않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수시로 아이템을 모아요. 이번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기가 막힌 흥’을 출 때는 유니콘 헤어밴드를 차요. ‘대체 저 이상한 걸 누가 쓰냐’ 할 수도 있을 텐데, 바로 저희가 씁니다.”

무대도 이상하다. 궁궐, 창고, 논밭, 지하철역을 안 가린다. 김 감독은 “좋은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작품을 누가 얼마나 보는지도 중요하다”며 “많은 기회를 잡고 싶어서 야외·극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전통’은 또 다른 정체성이다. 바디콘서트의 엔딩곡은 ‘아리랑’이고, 대표작 ‘피버’는 태평소 시나위에 몸을 맡긴다. ‘전통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전통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김 감독은 꽤 오래 했다. “전통을 잘 몰라서 함부로 건들고 싶지 않았는데, 전통을 부담스러워하는 생각부터 바꾸고 싶었어요. 딱 아는 만큼만 표현하면서 문턱을 낮추고 전통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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