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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태일 3법

라동철 논설위원


다음달 13일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1948~70) 열사가 분신해 사망한 날이다. 청계천 봉제 노동자 전태일은 50년 전 그날 일터인 평화시장 부근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다 쓰러져 숨졌다. 그가 자신을 불살라 고발한 것은 봉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법이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당시 평화시장은 1층이 상가였고 2~3층은 수백개의 영세 봉제 공장들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었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는 비좁고 먼지투성이인 다락방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하루 14시간씩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대부분은 ‘시다’라고 불린 10대 중후반의 재단사 보조원들이었는데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은 이들의 건강을 갉아먹었고, 폐 질환 등에 걸려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해고되기 일쑤였다.

50년이 흐른 지금 한국 노동운동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양대 노총 조합원이 200만명에 달하고 노동단체들이 사용자단체, 정부와 노동 현안에 대해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권 사각지대는 수두룩하다.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보험판매원 등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노동자, 상대적 차별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이나 하청·용역업체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노동의 형태는 달라졌어도 고된 노동에 허덕이다 병들고 과로사했던 전태일 시대의 ‘시다’들이나 다름 없다.

민주노총이 지난 주말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갖고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5인 이상에서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노동자 범위에 특수고용자를 포함시키고, 노동자 중대 재해 발생 시 원청·발주처 등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법을 제·개정하자는 것이다. 파장이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지만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인 만큼 해법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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