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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구조적 문제… “공짜노동 철폐 등 개선돼야”

‘저단가’ 대신 배송단가의 현실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단체 관계자들이 “재벌 택배사들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에 대한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을 두고 이들이 과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택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택배 분류작업과 같은 ‘공짜 노동’ 철폐, 배송단가 정상화, 원청 회사와의 직계약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업계 종사자들은 노동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근로수당이 나오지 않는 분류작업(이른바 ‘까대기’)에 적절한 수당을 지급하거나 배송 업무와 분리할 것을 요구한다. 택배기사들은 보통 오전 중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에 배송을 한다. 그러나 택배회사가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배송단가에는 택배 1건에 분류와 배송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배송까지 마쳐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분류작업을 몇 시간씩 해도 배송하지 않으면 수당을 못 받는 ‘공짜 노동’이 되는 셈이다.

김인봉 전국택배연대노조 사무처장은 25일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5~6시간씩 분류작업에 투입된다”며 “노동시간 중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데도 보상이 없어 택배노동자들의 과로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회사 간 경쟁에서 빚어진 낮은 배송단가의 현실화도 요구된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택배기사들은 배송량에 따라 수당을 받기 때문에 많이 일할수록 많이 받는다. 하지만 건당 택배기사들이 받는 배송단가는 700~800원으로 책정돼 있다. 12년 동안 택배기사로 일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황성욱(51)씨는 “건당 수수료가 너무 적다 보니 배송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고용 안정과 임금 개선을 위해 택배회사와의 직계약 필요성도 언급된다. 택배기사들은 원청인 택배회사가 하청을 주는 개별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배송수당을 대리점과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진다. 그러나 대리점이 ‘갑’인 탓에 택배노동자가 받는 배송수당 비율을 90%에서 70~80%대까지 낮추는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택배노동자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김 사무처장은 “같은 물건을 배송해도 기사들이 받는 수당이 10원에서 많게는 50원까지 차이 나기도 한다”며 “대리점이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라 택배기사 입장에서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으로 택배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 형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의 경우 산재보험에 대해 대리점과 노동자가 각자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산재보험 제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들은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절하기 어렵고 회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다 소화해야 하는 등 회사에 대한 종속성이 매우 강해 현실적으로 특고노동자라기보다 임금노동자에 가깝다”며 “택배기사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과로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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