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아, 아버지…” 무적 챔프 하빕, 옥타곤 떠난다

타이틀전 게이치 누르고 은퇴 선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오른쪽)이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254 메인이벤트 저스틴 게이치와의 경기에서 2라운드 1분36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로 서브미션 승리를 거둔 직후 케이지 위에 엎드려 작고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오열하고 있다. UFC 인스타그램 캡처

“아버지가 없는 싸움에 큰 의미를 못 느낀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가 잠정 챔피언 저스틴 게이치(32·미국)를 누르고 MMA 무대 29전 전승의 기록을 작성한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하빕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254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게이치를 상대로 2라운드 1분36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케이지 레슬링의 최강자로 꼽혀온 하빕의 테이크다운을 게이치가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혔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1 올아메리칸을 지낸 바 있는 엘리트 레슬러 출신인 데다 강력한 펀치를 지니고 있는 게이치이기에 승리도 가능성 있는 걸로 예상됐다. 하지만 게이치는 1라운드부터 압도당했으며 2라운드에서 다리로 목을 압박하는 하빕의 공격에 실신해 경기를 끝내는 수모를 당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게이치는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당신은 정말 괴물이야”라며 완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하빕은 경기가 끝난 뒤 케이지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아버지이자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레슬링을 가르쳐준 코치였던 압둘마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잃은 슬픔 때문이었다. 바로 지금의 하빕을 만든 아버지였다. 슬픔을 감춘 채 이번 경기를 준비했던 하빕은 승리 이후 참았던 눈물을 모두 쏟아냈다. 그리고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하빕은 경기 후 “오늘 경기가 마지막 경기다. 아버지가 없는 싸움에 큰 의미를 못 느낀다”며 “라이트급 13연승도, 통산 29연승도 대단한 기록이다. 앞으로 후진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붉어진 눈동자에 여전히 눈물이 고인 채였다.

하빕은 이날 승리로 자신의 종합격투기 무패 기록을 ‘29전 전승’으로, UFC 전적을 ‘13전 전승’으로 늘렸다. 알 아이아퀸타(33·미국)전 승리로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뒤에도 코너 맥그리거(32·아일랜드) 더스틴 포이리에(31·미국) 등 쟁쟁한 파이터들을 모두 누른 하빕은 게이치까지 잡아내며 라이트급에서 ‘무적’임을 다시 증명했다. 그리고 은퇴가 번복되지 않을 경우 ‘무패 파이터’로서 하빕의 기록은 영원히 남게 된다.

지난 5월 하빕의 대항마로 오랜 시간 꼽혀온 토니 퍼거슨(36·미국)와의 대결에서 5라운드 펀치 TKO승을 거두고 잠정 챔피언에 올랐던 게이치는 그동안 하빕과의 대결에 열망을 내비쳤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패한 뒤 울고 있던 하빕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이치는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었다”며 “종합격투기로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앞으로도 싸워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한민국 최초 UFC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정다운(26·코리안탑팀)은 같은날 펼쳐진 샘 앨비(34·미국)과의 언더카드 경기에서 3라운드 종료 1대 1로 비겼다. UFC 3연승에 도전했던 정다운은 1, 2라운드 내내 앨비를 밀어붙이면서도 더 많은 타격을 허용하며 패배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3라운드 초반 오른손 펀치를 앨비의 턱에 적중시키며 다운을 뺏은 뒤 수차례 파운딩을 퍼부었고, 두 차례 엘보우를 맞추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켜 패배를 피했다. 통산 전적은 14승 1무 2패가 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