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발언 윤석열, ‘정치와 담 쌓았던 총장’ 검찰 관행 깰까

‘정치인 총장’ 김기춘·김도언뿐, 중립성 훼손 우려 모두 정계 거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길에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 100여개가 놓여 있다. 화환 행렬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둘러싸고 충돌한 다음 날인 지난 19일 한 시민이 대검 앞으로 화환을 보내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검찰총장이 정치권으로 간다면) 검찰을 다시 정치의 제단 위에 올리는 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검찰총장은 “만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퇴임 후 정치의 길을 택한다면 검찰은 또다시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끝나기 직전 ‘퇴임 후 봉사’를 말했고, 정계 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확실히 부인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이 취임 후 본 정치권력의 ‘검찰 흔들기’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직접 뛰어들어 싸우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커진다. 다만 이 경우 “정치로부터 독립하려는 검찰을 또다시 정치에 예속시킨다”는 비판이 내부로부터 제기될 것이라는 사실은 윤 총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윤 총장이 총괄해온 여러 정권 수사의 정당성이 재론될 수도 있다. 그간 여러 검찰총장들은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더라도 여타 고위직 진출이나 정계 입문을 삼가 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역대 검찰총장 중 정치인의 길을 간 최근 사례로는 김도언 제26대 검찰총장이 있다. 그는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총장 임기를 마치고 이듬해 신한국당 소속으로 15대 총선에 출마한 뒤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그에 앞서서는 김기춘 제22대 검찰총장이 총장 퇴임 후 법무부 장관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등으로 활동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도언 전 총장 사례 이후 “검찰은 중립적 지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고해졌다고 한다. 역대 총장들의 모임에서도 “총장 이후의 보직이나 벼슬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후 정계 진출을 삼가는 분위기가 20여년간 이어졌다.

최근 20여년의 기간 중 대통령이 직접 총장을 대면해 국무총리나 법무부 장관 등의 공직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이는 한 명도 없었는데, 검찰 조직이 괜한 정치적 시선에 휩싸이는 점을 우려한 결과였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총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검찰이 그래도 경찰이나 국가정보원 등 여타 권력기관과 구별되는 대목”이라고 자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윤 총장이 정계 진출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았던 이유를 속마음과 다른 ‘무력시위’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골적으로 퇴진 압력을 넣고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정치권을 상대로 ‘나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식의 견제구를 던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고위 인사는 “검찰의 중립을 위해 정치권에서 직접 싸울 수도 있다는 운을 띄운 셈”이라면서도 “정치판이 또 다른 분야임을 윤 총장이 과연 모르겠느냐”고 했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의 발언을 놓고 “최근 법무부와 여권의 조치들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섣불리 의중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

윤석렬 “하고 싶은 말 했다”… 국감 후 정계 입문 언급 없어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