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살라는 건가? 전세 대책에 ‘월세 지원’ 내놓은 정부

임대차법·다주택자 규제 놔둔 채 월세지원·임대주택 확대 등 검토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의 모습. 뉴시스

정부가 최근 전국적 전세 대란과 관련해 조만간 추가 대책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임대차법, 다주택자 규제 등 전세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존 정책은 유지한 채 월세 세액공제 확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보완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전세 품귀로 인한 전셋값 폭등으로 실수요자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월세 많이 살라”고 화답하는 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5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대차법 재개정 등 전세 시장에 대한 직접적 대책은 포함되지 않을 게 확실시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 대책을 다 검토해봤다. (지금은) 뾰족한 대책이 별로 없다”고 답변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세난이 지속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2014년 2·26 대책과 2015년 4·6 대책을 통해 임대차 안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정부는 당시 내놓았던 신규 주택 구입 후 준공공임대 활용 시 양도세 면제(2·26 대책)나 서민 대상 주택 대출금리 인하(4·6 대책) 등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만 해도 매매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전세난만 이뤄졌기 때문에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는 정책으로도 약발이 먹힐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미 매매가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정부·여당이 전세 대란 원인을 저금리 탓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카드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간접 대책 위주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월세 세액공제를 통해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저금리로 인한 전·월세 전환 추세나 1인 가구 확대 등 변화를 고려하면 월세 세액공제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세입자 주거비 부담이라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가 기준시가 3억원 미만 주택에 거주하면 연 75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2014년 도입된 이 세액공제는 현재 부동산 시세에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세 대란이 일어난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해법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보증금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 지렛대로 활용된다”며 “월세 지원책은 오히려 무주택자에게 독이 될 뿐더러 ‘월세로 살아라’는 신호로 오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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