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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북방 국가와 협력 모델 구축해야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약 7개월이 흘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며 초(超)세계화는 위협받고 있고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구조 재편도 불가피해졌다. 세계 각국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 및 생산거점 자국화에 매진하고 있다. 자립형 공급망 구축이 진행될수록 GVC 참여율이 높은 한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생산거점 정비 및 해외 생산거점 다원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는 바로 신북방 국가다. 신북방 국가들은 화학 주기율표의 모든 원소를 보유했다고 할 만큼 풍부한 자원과 세계적 수준의 과학 기술을 갖고 있다. 또한 서로는 유럽, 동으로는 중국을 잇는 교통 중심지로서 중간재 생산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일찍이 신북방 국가로의 공급망 다원화를 추진해 왔다. 현대차 그룹은 2010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립 공장을 운영해 왔고 지난해에는 현대·기아차가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민차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에 조립 공장을 설립해 중앙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가치사슬의 전방 분야인 연구·개발(R&D) 단계에서도 북방 국가와의 협력은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인공지능(AI) 센터, 우크라이나에 R&D 센터를 설립해 현지 유수 엔지니어들과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벨라루스 R&D 센터를 통해 기술 역량 강화를 모색 중이다.

최근엔 전통적인 경제 협력을 넘어 전염병과 같은 초국가적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포괄적 협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대표 사례로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 고려대 최재욱 교수를 코로나19 국가 자문관으로 파견해 현지 방역체계 확립에 도움을 줬다. 이동욱 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작년부터 올해 7월까지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차관 및 사회개발담당 부총리로 임명돼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전파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한 러시아는 현재 한국에 위탁 생산을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에 기반한 상호 인적·물적 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한류의 소비층 다양화를 위한 중장기 문화 협력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협상 중인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도 향후 양국 간 협력의 외연을 더욱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신북방 국가와의 협력 기틀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새 시대에 걸맞은 협력 모델 수립을 통해 양 지역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최적의 시기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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