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쌍순환 카드, 美 제재 대응·질적 성장·위안 국제화 세토끼 잡기


중국공산당은 26일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통해 2025년까지 5개년 경제 개혁의 핵심 개념인 쌍순환 정책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기술 신냉전’ 상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보다 1주일 먼저 열린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내놓을 쌍순환 정책 밑그림이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안은 추후 심의 등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식 발표된다.

왜 쌍순환(Dual Circulation)인가

쌍순환 정책은 지난 5월 1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국내대순환) 구축을 기반으로 국제무역(국제대순환)을 확대하는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을 의미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 등 신기술 냉전 가속화에 대응해 등장했다는 관측이 많다. 수출 의존도가 심한 중국 경제를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추구해온 질적 성장의 연장선이라는 측면도 강하다. 싱크탱크 카네기 칭화 국제정책센터는 중국이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내수 확대 방침을 제시해왔는데 쌍순환이라는 용어는 경제 성장 전략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려는 그간의 시도를 다시 브랜드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쌍순환 정책의 본질이 내수 진작에 있기는 하지만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폐쇄적 성격을 띤 것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쌍순환의 한 축인 국제대순환이 미국을 의식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과거 글로벌 수요 허브(global demand hub) 역할을 해왔던 미국 중심이 아닌 아시아·유럽·북미의 3가지 블록화된 형태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의존을 끊겠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중국과의 교역 단절을 의미하듯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제외시키는 거울대칭 개념인 셈이다.

쌍순환 정책 본격 추진에 따라 글로벌 교역·투자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됐다.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아 중국이 자국 내 공급망 확대로 돌아설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추후 중간재 수출 감소 및 제3시장 경쟁 격화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면서 “더욱이 최근 미국의 반(反)중국 연대 참여 요청에 따른 한한령 부활 조짐 등도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센터는 반면 수입 대체가 어려운 제품과 기술, 최종 소비재 등은 중국의 내수 활성화에 편승해 오히려 시장 진출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은 기회요인으로 평가했다.

중산층 늘려 소비 진작과 기술 고도화

자립경제 구축, 즉 국내대순환은 14억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를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에 불과한 민간소비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중산층 비중을 키우는 분배 정책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소비 구조 향상은 기술 고도화가 필요조건이다.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증대시키려면 수출 경쟁력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술 고도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수출이 낮은 인건비와 생산비에 의존한 가격경쟁력에 의해 지탱됐다면 앞으로는 비가격 경쟁력 확보나 과점화된 형태의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메이저 플레이어 역할을 해야만 쌍순환 구조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의존도가 높은 3세대 반도체 5G, 퀀텀 컴퓨팅 등 첨단 분야 개발 속도 가속화에 주력하고, 2025년까지 10대 핵심 산업의 부품 및 소재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인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석탄 의존도 축소 등 환경 문제 해결, 지역 간 격차 축소와 도시화율 제고 등을 겨냥한 고속철도·전철망, 도로망 확충도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UBS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총소비액이 2020년 8조 달러에서 2025년 12조 달러로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내 중산층 확대 및 글로벌 소비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위안화가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근 위안화 강세와 맞물린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 제스처도 쌍순환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당국은 5중전회를 앞두고 위안화 국제화를 공언해 왔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지난주말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위안화 환율 결정 메커니즘 개혁과 위안화 국제화가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위안화 환율은 통화 당국이 발표하는 역내 고시환율과 시장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역외환율로 이원화돼 있는데 역내 고시환율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야심은 디지털 화폐 발행과 맞물려 있다. 지난 12~18일 광둥성 선전에서 진행된 인민은행의 디지털위안 공개 테스트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디지털 화폐의 조기 발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위안화 국제화에 장애가 되는 것으로 지적돼온 자본계정을 자유화하거나 통화 스와프 확대 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과 한국은행이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고 규모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로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팽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수 확대는 수입 확대를 통해 경상수지를 수 년 내 적자로 전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본수지 흑자 확대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서비스수지 적자폭 축소 등을 통해 이를 메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