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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검찰총장의 정치 커밍아웃

오종석 논설위원


검찰은 과거 ‘정권의 개’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독재정권 때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후 민주적 정권 시절에도 결코 독립적이었다고 평가받지 못한다. 대부분 정권은 검찰을 칼잡이로 활용했고, 검찰은 사실상 정권과 함께 권력을 향유한 측면이 적지 않다. 검찰총장은 물론 상당수 정치검사가 청와대나 정부·여당의 눈치를 봤다. 무소불위의 검찰권이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재인정권하에서도 정권이 검찰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검찰이 이번 정권처럼 청와대나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교적 소신껏 검찰권을 행사한 경우는 드물다.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가장 총애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끌어내리는가 하면 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는 정치적 중립의 적임자로 평가받았고, 이에 많은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는 국감 첫 질문으로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에 대한 질의를 받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 표명한 사실을 밝히며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과 윤 총장 자신의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에 대해 부당하고 위법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추 장관은 물론 수사 지휘권 발동을 불가피하다고 본 청와대도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런 윤 총장이 국감이 끝나갈 무렵엔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내년 7월까지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이 커밍아웃한 셈이다. 유력한 야권 차기 대권 주자로 뜨고 있고, 국민의힘에서 대체로 환영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분히 의도적 발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윤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수사에 대해 과연 국민은 얼마나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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