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트럼프-바이든, 누가 이기든 한국엔 50대 50”

[한반도 전문가 6명 인터뷰] “북핵 문제는 트럼프, 한미동맹은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보스턴 공항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댈러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차량에 탑승한 청중을 대상으로 ‘드라이브인’ 유세를 하는 모습. AP·AFP연합뉴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해결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게 유리하고, 한·미동맹을 위해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는 미 대선 결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6명과 26일까지 며칠간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의 의견을 취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핵 문제엔 긍정적, 한·미 관계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고, 한·미동맹은 복원될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한국 입장에선 ‘50대 50(toss-up)’이 될 것”이라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분석은 적절해 보인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미국 대선에 투표권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표를 던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 차례 만남을 통해 외교적 해법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김 위원장과 후속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일부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다시 협의해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어느 정도로 승리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승할 경우 대북 제재 완화·해제라는 과감한 조치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근소한 승리에 그친다면 대북 제재 완화·해제 카드는 건드리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을 계승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가우스 국장은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보다 문 대통령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에 더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한국이 지금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1조389억원)을 400% 인상시킨 50억 달러(5조6400억원)를 다시 요구할 것”이라며 “이 제안을 한국이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우스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지금 논의되는 액수보다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감축한) 독일을 보라”고 설명했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 역시 “한·미 방위비 협상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 외교 방식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레그 브라진스키 조지워싱턴대 역사학 교수는 “전체적으로 바이든의 승리가 한국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한·미 관계는 트럼프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금전적 기여보다 동맹의 가치·원칙을 더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적 외교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무리한 방위비 인상 압박, 주한미군 감축 압력을 한국에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방위비 협상에서 현재 한국이 제시한 금액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돈 문제보다 동맹 강화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바이든 당선 시 더 커진다는 분석이다. 가우스 국장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북핵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북한은 새롭게 세팅되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3~4월까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북한에 좌절감을 줄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은 지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일치된다. 가우스 국장은 “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북한은 바이든이 제시한 ‘북핵 능력 축소’라는 전제조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지난 22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그(김 위원장)가 핵 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이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실무협상 단계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이든이 김정을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지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강력하게 고수할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바이든이 북한 관련 발언을 할 때 그가 북한 문제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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