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다운’이냐 ‘전략적 인내 2.0’이냐… 美 대선 주시하는 정부

전문가들 바이든 승리에 무게… 중국 정책 누가되든 안바뀔 듯


미국 대선이 사전투표를 통해 본격 레이스를 시작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조심스럽게나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로의 정권 교체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특히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북·대중 정책에 생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대선 이후 방미를 추진 중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바이든 후보는 대북 기조와 관련해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고수했다. 초기 북한 지도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던 오바마는 북한 핵실험, 잇따른 합의 파기 등으로 인해 대북제재 강화, 대화 단절 쪽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결과적으로 북한에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시간만 줬다는 대내외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일각에선 ‘전략적 인내 2.0’을 펼칠 것이란 시각과 북한 상황이 달라진 만큼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미 대선과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오바마 때와 달리)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카드가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본토 보호 차원에서라도 미국이 북한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동부까지 타격이 가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장 강력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정부 관계자도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 문제에) 오바마 3기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예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막바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것처럼 적극적인 대북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반된 관측도 존재한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새 행정부의 대외관계 우선순위에서 북한은 중국, 이란에도 밀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이 (비핵화 상응조치 등의) 조건을 낮추면서까지 북한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고지도자가 결단을 하는 ‘톱다운’ 방식을 주로 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난 것과 달리 실무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 후보로선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미 모두 수용 가능한 비핵화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는 이유다.

다만 중국 견제는 누가 당선되든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기조 자체가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우리 정부가 움직일 여지가 더욱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국제사회 규범이나 다자주의 등을 내세워 동맹인 우리 정부를 향해 대중 압박 동참을 요청한다면 우리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중국 견제정책인 ‘쿼드’와 ‘클린네트워크’는 어찌됐든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는 유효할 전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앞으로 미·중 간 선택해야 할 이슈가 상당히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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