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마련 요구 빗발… 한진 “심야 배송 중단”

여야, 노예계약서·감시 행위 질타… 유가족 “억울한 죽음 밝혀 달라”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 앞에서 피켓을 든 채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원들은 계약물량 준수와 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최현규 기자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여야 의원들은 회사가 노동자를 실시간 감시하는 행위, 노예계약서를 쓰도록 하는 실태 등을 고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배 업계는 ‘심야 배송 중단’ 등 과로사 방지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부 종합 국감에서 “쿠팡은 택배 노동자가 시간당 얼마나 일하는지 파악해 업무량이 낮은 노동자를 감시하는 ‘시간당 생산량(UPH)’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음악이 나와야 할 스피커에선 ‘XX씨 빨리 일 좀 하세요’라는 방송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쿠팡’을 질타했다. 강 의원은 지난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한 장덕준(27)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평소 고인은 200~600㎏ 물건이 적재된 팔레트를 내리기 위해 2인 1조로 레일 밀기를 하는데 혼자 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릎을 지탱해 이런 일을 해오다가 근육 피로와 통증을 호소하며 요양을 했는데 쿠팡은 고인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임에도 불구하고 산재 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고용부를 찾은 장씨 유가족은 “아들이 쿠팡에서 일하는 동안 UPH 시스템으로 고통받았다”며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무릎을 꿇은 채 애원했다.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장덕준씨의 아버지(오른쪽)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점심시간 중 국회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장씨는 지난 12일 근무를 마친 뒤 집에서 숨졌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UPH 시스템은 노동자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보이는데 이를 악용해 저성과자에 대한 반복적인 폭언 등이 있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법에 어긋날 수 있다”며 “이런 행위가 근절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온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언제든 유가족을 만날 의향이 있다”며 “고인과 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의원들 사이에선 “위로한다는 게 사과냐”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젠택배가 노동자에게 제공한 계약서를 공개했다. 윤 의원은 “이 계약서를 보면 노동자가 건강이 안 좋거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보증금 500만원에 발목이 잡혀 퇴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담겨 있다”며 “회사가 ‘갑’과 ‘을’을 구분해 모든 책임을 을에게만 떠넘기는 노예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가 다른 집회 등 집단행동을 선동하면 1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업계 처음으로 ‘심야 배송 중단’을 발표한 회사도 나왔다. 택배회사 한진은 “다음 달 1일부터 심야 배송을 중단하고 미배송 물량은 다음 날 배송키로 했다”며 “주중 특정 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을 분산하고 분류지원인력은 1000명을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진은 산재보험 가입과 무상 건강검진도 지원키로 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박구인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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