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초일류와 혁신, ‘미래 삼성’ 이재용의 키워드는

전문가 진단… 역설적 리더십 강조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별세로 3세 경영 체제에 들어서게 됐다. 그동안 총수들은 각기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며 삼성 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 경제 발전과 함께한 ‘도전의 삼성’을 보여줬다면, 2세 이건희 회장은 혁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삼성’을 일궜다. ‘뉴 삼성’을 이끌 3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또 한 번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26일 삼성이 새로워지려면 사업 면에서 ‘융복합’, 조직 면에서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과거 카리스마형과 다르다. 각 사업 부문이 자율 성장하면서도 전사 융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사가 협력하도록 하는 역설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초일류를 지향했고,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해 글로벌 1위 품목을 20개 넘게 내놨다. 직접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간 셈이다. 반면 이 부회장은 자율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경계를 넘는 융복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2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모바일, 배터리, 사물인터넷(IOT), AI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삼성은 AI 관련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5G 관련 이동통신사와 교류하며 네트워킹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삼성이 추후 대규모 빅딜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의 사업 키워드가 융복합이라면 조직 관리 키워드는 공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에 대한 사회의 지속적인 요구이기도 하고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자가 된 뒤 삼성이 보인 일련의 행보가 가리키는 방향이기도 하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만들었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을 일류 기업일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업뿐만 아니라 투명 경영,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2018년 11월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이들에 대한 보상에 합의했고 불법 파견 논란이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했다. 국내 대기업이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화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12월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새로운 노사 문화를 약속했다. 지난 5월에는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은 그동안 우리 기업의 표준이 됐고 우리 사회의 기준이 돼 왔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을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도 본받을 수 있는 레거시(legacy) 기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화 박구인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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