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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삼성 저격수의 조문

손병호 논설위원


아무리 견원지간이라 해도 상대가 상을 당하면 싸움을 중단하고 조의를 표하는 게 예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은 것도 이런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는 ‘삼성 저격수’다. 몇 달 전에는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자 “검찰은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줄기차게 압박했고, 결국 기소로 이어졌다. 상주인 이 부회장을 보기 민망했을 텐데 찾아간 것이다. 박 의원도 “유족들이 불편해할까봐 갈까 말까 고민했다”고 했다. 무안한 일이라곤 좀체 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에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기업을 응원하려 한다”는 메시지가 돋보였다. 삼성의 과(過)는 과대로, 공(功)은 공대로 평가한다는 의미일 테다. 그런 그를 유족도 “와주셔서 너무 고맙고 큰 위로가 됐다”며 따뜻이 맞이했다고 한다.

‘원조 저격수’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27일 조문 뒤 “30여년 전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통찰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을 만들었다”며 “고인의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시절 삼성을 벌벌 떨게 했던 박 장관이 이 회장과 삼성을 호평한 것 자체가 눈길이 간다. 삼성을 공격해온 정의당 지도부가 이 회장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하자 “편협하다”며 비판이 쏟아진 것 역시 우리 사회의 삼성에 대한 달라진 인식 때문일 것이다.

삼성에 대한 사회적 재조명, 특히 국가발전의 공과 혁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이 계속 더 좋은 기업으로 변해가야 할 것이다. 삼성이 강조하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이란 게 예전처럼 수출 많이 해서 세금 많이 내고, 채용을 늘리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되는 시절이다. 거기에 더해 사업 방식이나 부의 대물림에 있어 공정해야 함은 물론 상생과 나눔에도 귀감이 돼야 박수 받을 수 있다. 삼성이 거듭나 공정·나눔·상생에서도 글로벌 1등 기업이 되길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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