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연예·스포츠 > 연예

충격 안기는 데 단 5분… ‘막장’ 대가들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최근 시청률 기근을 겪는 브라운관에 김순옥·문영남·임성한 등 막장극 거인들이 속속 복귀하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김순옥 작가의 신작 드라마 SBS ‘펜트하우스’는 단 2회 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를 넘기며 흥행하고 있다. 사진은 ‘펜트하우스’(김순옥)의 포스터. SBS 제공

충격을 안기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는 초장부터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떨어진 의문의 소녀가 피칠갑이 돼 죽는 모습을 담았다. 집값과 입시를 둘러싼 이 자극적인 핏빛 복수극은 침체한 브라운관 시장에서 첫 회 9.2%(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단숨에 월화극 정상이다.

지난 26일 처음 전파를 탄 이 미니시리즈는 SBS ‘펜트하우스’.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신은경 봉태규 등 베테랑들이 대거 출연하는 극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다름 아닌 막장극으로 유명한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어서다. 게다가 김순옥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막장극 거인’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어서 드라마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막장극 또는 막장 드라마는 보통 자극적인 장면과 억지스러운 전개가 버무려진 드라마를 말한다. 답답함에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홀린듯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번 작품에 우려가 앞서는 이유는 김 작가의 드라마들이 늘 적지 않은 논란들을 몰고 다녀서다.

김 작가의 출세작인 2008년 ‘아내의 유혹’은 눈 밑에 ‘점’을 찍으면 다른 사람이 되는 무리한 설정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쉬운 갈등구조와 휘몰아치는 전개로 최고 시청률 37.5%를 기록했는데, 민소희(장서희) 패러디가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18년 흥행한 ‘황후의 품격’도 온갖 선정적인 소재로 얼룩졌다. 임신부 성폭행·고문·폭행·살인 등 가학적인 장면에 방심위 법정 제재를 받았고 가학성에 항의하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펜트하우스’로 ‘황후의 품격’ 주동민 PD와 다시 손잡은 김 작가는 특유의 쾌속 전개로 처절한 복수극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채로운 욕망을 가진 여성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변화가 엿보이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 대선배 격인 임성한 작가도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12월 TV조선에 편성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통해서다. 30대·40대·50대 세 명의 여주인공을 둘러싼 사랑과 불행을 그린 이 작품은 2015년 ‘압구정 백야’ 이후 절필했던 임 작가의 복귀작이어서 일찌감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로라 공주’(임성한) 포스터. MBC 제공

‘시청률의 여왕’으로 불리는 임 작가는 57.3% 기록을 가진 ‘보고 또 보고’를 비롯해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 히트작들을 줄줄이 써냈다. 질타도 늘 쏟아졌다. 작품마다 개연성이 부족해서다. 눈에서 레이저를 쏘거나(‘신기생뎐’), 주요 등장인물이 갑자기 죽어버리는(‘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 장면들은 지금까지도 레전드 영상으로 돌아다닌다. 양질의 서사로 무장한 최근 브라운관에 적응하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해 ‘왜그래 풍상씨’로 바람 잘 날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던 문영남 작가도 주말극 집필을 맡았다. 내년 초 KBS 2TV에서 방송되는 ‘즐거운 남의 집’이다. ‘소문난 칠공주’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등 가족 드라마에 유달리 강세를 보여왔던 문 작가는 통속적이면서도 벼린 대사들로 팬층이 두텁다. 그러면서도 답답함에 가슴을 치는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특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들의 속 터지는 사건·사고를 수습하는 맏형 풍상(유준상)의 이야기를 반복해 “복장 터진다”는 평을 들었었다.

‘왜그래 풍상씨’(문영남)의 포스터. KBS 제공

이처럼 막장극 거인들이 속속 소환되는 배경에는 최근 방송사의 시청률 기근이 있다. OTT 범람으로 한해에 100편이 훌쩍 넘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최근 브라운관은 한 작품에 관심이 쏠리는 경우가 드물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오르내리는 드라마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막장 드라마가 타개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SBS는 시청자 유입을 위해 자사 예능 ‘동상이몽2’를 결방하고 변칙편성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펜트하우스’ 1회를 90분간 편성했다.

하지만 막장의 대가들이 최근 변화된 드라마 감성과 어우러질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이들이 잠시 부재한 사이 ‘스카이 캐슬’ ‘부부의 세계’ 등 웰메이드 잔혹극이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교육을 둘러싼 죽음, 불륜 등 자극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세밀한 감정선과 밀도 높은 연출에 힘입어서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대가들 모두 막장 장르의 ‘정점’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기에 시청률도 얼마간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빠른 속도, 무리한 전개를 넘어선 새로운 세계관과 세련된 작법도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