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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 소문… 공인중개사 준비생 ‘울상’


오는 31일 치러지는 제31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의 세부 과제로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실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후 ‘일자리 말살 정책’이라는 부동산 업계의 반발에 “사업 추진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로 미래를 대비하려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공인중개사 수험생 고모(55·여)씨는 전업주부다. 고씨는 27일 “자녀를 대학까지 보낸 주변 지인들이 경력 없이 개인 사업을 할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공인중개사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며 “올해 첫 시험을 보기 위해서 20년 만에 연필을 잡고 공부했는데 석연찮은 정부 해명을 듣고 나니 힘이 빠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2030 준비생들의 마음은 더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A씨(27)는 금융권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공인중개사 준비를 2년째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준비생들 사이에서 부동산 매물이 줄어든 탓에 공인중개사가 되더라도 전업은 힘들다는 소문이 돈다”며 “그런데 직업이 아예 사라진다는 관측마저 도니 공부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35)씨는 “이번 정부는 부동산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반적으로 곱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공인중개사가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면 댓글에 ‘잘됐다’ ‘꼴 좋다’는 이야기가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는 “폭등하는 집값에 중개 수수료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애먼 중개사들에게만 비난이 쏠리는 것 같아 준비생 입장에서 속상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정부가 다소 쉬쉬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올해 공인중개사 수험생은 36만명으로 역대 최다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7만명 늘어난 수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그간 정책을 보면 중개사끼리 담합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는 듯한데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확실한 정책 메시지가 없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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