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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코로나19와 20대 여성의 자살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20대 여성의 자살이 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언론, 국회의 관심과 목소리가 높아졌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자 수가 296명으로 지난해 상반기(207명)보다 43% 증가했다. 60대와 80대 이상에서만 10%가량 늘고 다른 연령대에서 자살이 줄어든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언론 보도에 20대 남성 자살의 최근 추세에 대한 비교 자료가 없기는 하지만 20대 여성 자살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늘어난 것에 주목할 만하다.

이 현상에 대해 20대 여성들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상의 변화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영향으로 우울이 심해졌거나 사회적 고립에 취약하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성 고용이 높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빠르게 줄고 있고 20대 실업급여 지급이 올 들어 59% 많아지는 등 경제적 위기에 취약한 집단이 20대 여성이라는 것이다.

자살은 원인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개인마다 자살을 하려는 이유를 말하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않아 심리적 부검이 필요할 때가 많다. 더욱이 누가 자살 위험이 높고 특정 집단의 자살이 왜 늘어나는지 밝히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살이 삶의 고통과 어려움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자살 추세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 직전이나 과거 추세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분석에서는 대부분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노인 자살의 급증 때문이고 여성에 비해 남성 자살률이 높다는 점이 강조된다. 노인 자살 중에서도 남성 노인이 두드러지게 많고 대부분 우울증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기에 최근 젊은 여성의 자살 급증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면도 있다.

그런데 젊은 여성의 자살 급증은 올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국내 20대 여성 자살은 841건으로 전해의 461건에 비해 82%나 증가했다. 2006년까지 20대가 여성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낮았던 것과 현격히 대비된다. 같은 시기 20대 남성 자살이 23%, 전체 자살이 14% 늘어난 것에 비해 엄청난 증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는 2009년까지 20대 여성 자살률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대 남성 자살률을 앞섰다. 물론 이 시기에도 6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았는데 특히 남성 노인 자살률이 높았다. 하지만 자살률 증가는 20대 여성에서 가장 빨랐을 뿐 아니라 여성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다음으로 자살률이 높았다.

최근 코로나19 발생 이후 20대 여성 자살 급증은 2007~2009년 금융위기 전후와 연결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대 여성들이 경제·사회적 위기에 취약한 것은 아닌지, 이들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1998~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자살률 변화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자살 증가를 주도한 것은 40대에서 60대 초까지 남성이었다. 1998년 당시 이들의 자살은 전해에 비해 40% 가까이 늘어나 60대 중반 이상 남성 노인 22%, 20대 여성 15%, 20대 남성 20% 증가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외환위기를 넘기고 잠시 주춤했던 중년 남성 자살률은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다시 높아져 현재까지도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65세 이상 남성 노인 자살률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만명당 100명을 넘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2019년 10만명당 77명까지 떨어지고 있다.

몸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취약한 부분부터 병들고 아픈 것처럼 경제·사회적 위기는 우리 사회 취약집단의 어려움과 고통을 가중시킨다. 1998~1999년 외환위기 때가 우리 사회 가부장의 위기와 중년 남성의 어려움을 드러낸 계기였다면 2007~2009년 금융위기 전후와 이번 코로나19 시기는 20대 여성의 어려움과 취약성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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