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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체육공원, ‘러너 성지’로 다시 달린다

서울시, 2년여 리뉴얼 어제 재개장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가운데)이 28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 재개장 행사에 참석해 손기정기념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손기정기념관의 바닥에는 붉은색 마라톤 트랙이 그려져 있었다. 트랙을 따라 걸으면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에서 머리에 썼던 월계관과 그의 유품, 영상, 사진이 나타난다. 84년 전 베를린 외곽을 2시간29분 만에 주파했던 마라톤 영웅의 인생 여정이 숨 가쁘게 지나갔다.

서울시는 2년 전 리모델링에 들어간 손기정 체육공원을 28일 재개장했다. 이 체육공원은 30년 전에 조성됐지만, 손기정 이름이 무색할 만큼 평범한 동네공원이었다. 리모델링 뒤에야 빈약했던 손기정기념관에 볼거리가 채워졌고, 축구장 외곽에 러닝트랙이 깔렸다. 마라토너들을 위한 편의시설 ‘러닝러닝센터’도 새로 생겼다. 공원 후문에 지어진 연면적 660㎡(지상 2층) 건물이다. 카페와 라커룸, 샤워실 등을 갖췄다.

이곳에선 연말까지 개관기념 전시가 개최된다.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페이스 메이커이자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수의 이야기가 전시된다. 또 서울과 베를린, 보스턴의 연주자들이 협업해 손기정에게 헌정하는 연주 공연 ‘Time’이 상영된다. 전통복식 전문가가 복원한 1947년 보스턴마라톤 대회 유니폼도 진열된다.

전시장 한 켠에는 로봇팔이 대형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손기정부터 남승룡, 서윤복, 황영조, 이봉주까지 한국 마라톤 영웅들의 이름이 새긴 깃발이었다. 전시는 매일 오후 12~3시, 5~8시 정시·30분에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최대 10명씩 관람할 수 있다. 손기정 체육공원은 폐고가도로를 고쳐 만든 공중보행로 ‘서울로 7017’과 이어진다. 서울역 옆에서 문어발처럼 뻗어 나가는 서울로 7017에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연결된 것이다.

이날 서울시는 서울로 7017과 구(舊)서울역 옥상을 잇는 다리도 개통했다. 서울역 옥상에서 2개 층을 내려가면 서울역 대합실로 이어진다. 기차 이용객들이 편히 산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서울로 7017은 남대문시장과 중림창고 등 주요관광 명소로도 연결된다.

서울역 옥상은 야외 식물원 같았다. 격자 모양으로 높이 쌓은 철재 막대 사이 초록 식물들을 얹어 파란 하늘과 조화롭게 꾸몄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옥상에는 자동차 대신 잔디와 꽃을 심었다.

과거 옥상 주차장과 지상을 잇던 나선형 찻길은 사람길로 바꿨다. 추후 달팽이 집 모양의 길을 따라 미술작품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1층으로 내려가 고개를 들면 철재 막대들과 초록 식물, 파란 하늘이 보인다. 언뜻 깊이 20m의 콘크리트 원통에 빠진 기분이 든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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