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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있어요, 회사 빠질게요” 코로나 악용에 기업들 골머리

밀접접촉 이유로 자가격리할 땐 회사는 입증 강제할 수단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악용해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일부 직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무조건적인 자가격리나 재택근무를 요구할 때 이를 입증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인사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직장인 A씨는 “회사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며 막무가내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봤더니 그 직원의 가족이 확진된 것도 아니고, 배우자의 직장동료의 배우자의 직장동료가 확진됐다고 한다”며 “이런 것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수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지방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B씨도 동료직원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동료직원 한 명이 임신을 이유로 무작정 재택근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이 동료의 일 대부분을 B씨가 떠맡게 됐다. B씨는 28일 “임신 때문에 더 많이 걱정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회사 특성을 감안하면 차라리 일찍 육아휴직에 들어가거나 무급휴직을 선택하는 게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아닌가 싶어 조금 씁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나 병가를 제공했지만 정작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제대로 근무하고 있는지, 또 자가격리 대상이 맞는지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자가격리자는 입원과 격리 조치될 때 유급 또는 무급 병가를 쓸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 이를 입증하도록 강제할 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 박성우 노무사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병가를 쓰려는 근로자는 증빙서류로 입증해야겠지만, 원래 근로기준법상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상 때문에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재택근무나 병가 신청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C씨(30)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영화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회사에서 코로나 의심 증상이 없다며 병가 인정을 안 해준다”며 “회사가 재택근무를 금지하는데다 직원들도 취업난 속에 해고라도 될까 하는 걱정에 선뜻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사용자 간 신뢰가 필요한 한편 기업의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자도 필요할 시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기업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수칙에 협조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그냥 참아요, 갈 데 없으니까” 코로나갑질에 우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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