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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 트럭 위 백지영 공연… 소방서가 군부대 같았다

서울시, 시민 위로 ‘마음방역차’ 은평소방서 찾아가 첫 위문공연

가수 백지영이 29일 서울 은평소방서 주차장에서 열린 서울시의 ‘마음방역차’ 공연에 참석해 1t 트럭 특설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9일 서울 은평소방서 주차장. 가수 백지영이 1t 트럭에 설치된 무대에 서자 소방서는 콘서트장 같은 환호성에 뒤덮였다. 백지영은 “정말 오랜만의 무대”라며 “올해 고생 많았고 안전 챙기시라”고 말했다. 곧바로 히트곡 ‘내 귀에 캔디’가 흘러나오자 소방관들의 박수 소리가 커졌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시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선보이는 ‘마음방역차’를 29일 개시했다. 거창한 무대 설치 없이 트럭을 개조한 약식 무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펼치는 위문공연이다. 사연 있는 신청자를 선별해 찾아간다. 은평소방서가 첫 주인공이 됐다.

오후 1시55분, 공연 5분 전부터 소방관들이 주차장으로 모여들었다. 주황색 기동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관중석 앞줄을, 사복 입은 소방관들이 뒷줄을 착착 채워나갔다. 검은 점퍼를 입은 젊은 소방관들은 무대 맞은편에 주차된 소방차의 허리춤에 올라 걸터앉았다.

11t이 넘는 건너편 소방차에 비하면 1t 트럭 무대는 겨우 꾸려진 무대였다. 낡은 ‘기아 봉고3’ 트럭 짐칸에 지붕을 올리고, 바닥엔 빨간 부직포를 깔았다. 그나마도 좁아서 정작 무대로 쓸 수도 없었다. 트럭 옆에 빨간 부직포를 더 깔고 무대로 썼다. 엉성한 무대에도 관중은 열광했고 가수들은 고마워했다.

이번 무대는 은평소방서 한 소방관의 신청에서 비롯됐다고 사회자가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신청자가 “지금껏 해 온 대로 하면 코로나19가 언젠가는 깔끔하게 사라질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치자 관중들이 따라 외쳤다.

사회자가 ‘트로트계 비욘세’라며 가수 ‘지원이’를 소개했다. 그가 주황색 탱크톱을 입고 주황색 하이힐 부츠를 신은 채 춤을 추며 등장하자 관중석 분위기가 술렁였다. 11t 소방차 운전석에 앉아 구경하던 소방관이 벌컥 문을 열고 환호했다. 소방서가 군부대 같았다.

사회자가 “애절한 노래의 장인”이라며 백지영을 소개했을 때 공연은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소방관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각자 핸드폰을 들고 공연을 녹화했다.

그렇다고 소방서의 일상이 멈춘 건 아니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 검은 점퍼를 입은 소방관 대여섯명이 구급차로 뛰어갔고, 구급차는 사이렌을 켜고 출동했다. 백지영의 공연이 마무리되자 소방관들은 각자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마음방역차는 연말까지 네 번 더 운행된다. 서울시 ‘문화로 토닥토닥’ 홈페이지에서 사연을 받는다. 공연 영상은 서울시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매체에 게재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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