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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생산한 콘텐츠, 일선 학교서 저작권 걱정없이 활용해야”

[교육혁신 토론회] 종합 토론 내용 요약

“벚꽃 피는 속도가 아니라 태풍 (올라오는) 속도로 망할 겁니다. 벚꽃은 피할 여유라도 있죠, 태풍은 없어요.”


윤승용(사진) 남서울대 총장이 29일 국민일보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육의 현주소와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내놓은 작심 발언이다. 윤 총장 옆에 앉았던 김문희 교육부 정책기획관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굳은 얼굴로 윤 총장의 발언을 진지하게 들었다.

윤 총장의 발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중된 대학사회의 위기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과거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서울에서 먼 지방대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란 의미로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할 것’이란 말이 대학가에서 나돌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원격 강의가 일반화되고 유학생 유치가 어렵게 되자 ‘고등교육 붕괴’ 위기가 더 빠르고 예리하게 대학가를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다.

윤 총장은 거침없이 교육부와 정치인들을 몰아붙였다. 그는 “일본의 호텔에 가면 인공지능 로봇이 텔러를 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에서 호텔경영학부 운영 중인데 그 대학들 5~10년 뒤 문 닫는다고 생각한다. 거대 담론을 정부가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에 목을 매는데 더 중요한 국가적 미래를 위해 국가교육위법안은 왜 관심이 없는지 안타깝다”고 일갈했다.

국가교육위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지만 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미래 교육을 위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교육 혁신을 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구라고 여기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각에선 올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야 운영될 것이고 그러면 대선 국면과 맞물려서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며 ‘물 건너갔다’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박찬대(사진) 의원은 “정치적 생명은 짧고 교육 과제는 굉장히 크다. 정권을 뛰어넘어 교육 정책의 영속성을 갖는 국가교육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다.


초·중등 분야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김문희(사진) 정책기획관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인 ‘자기주체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학생-교사의 관계를 지역사회 내에서, 지구촌 내에서 어떻게 지원해 줄 것인가 그리고 혁신하기 위한 법은 어떤 게 필요한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3차 추경을 통한 한국판 뉴딜사업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프로젝트가 들어가 있다. 공간혁신만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아서 어떻게 관계 형성해 지역과 연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최종훈(사진) 서울사대부고 교사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수업 시수 현실화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로 엄청 많은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 행정실(행정업무 지원)은 똑같다. 방향은 동의하지만 피곤해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의 발언은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호응을 얻었다.


양질의 교육 콘텐츠 확충, 학생과 교사의 접근성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조용상(사진) 아이스크림에듀 대표는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제때 모든 아이들이 출발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전과 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알차고 건강하게 채울 것인지는 민간의 영역이다. (공교육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전략이 담론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유열(사진) EBS 부사장은 “디지털은 지역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EBS 사이트는 수도권보다는 지역 학생들의 사용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활용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을 임기응변으로 활용하다보니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인공지능 학습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각지대인 취업준비생을 위한 수능과 똑같은 모델의 무료 학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집현전’ 사업이 교육 콘텐츠 확충의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기도 했다. 디지털 집현전은 누구나 쉽게 지식 정보에 접근하고, 지식공유와 확산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개념의 사업이다. 분산되어 있는 도서관, 교육콘텐츠, 박물관·미술관 실감콘텐츠 등을 하나로 묶어서 통합검색·활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길호(사진)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디지털 집현전은 텍스트나 이미지 콘텐츠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저작권 문제가 (걸림돌로)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광재(사진) 의원은 “국력은 경제력에서,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기술력은 교육에서 나온다. 디지털 집현전으로 전 세계 지식을 끌어들여서 지식강국이 되는 길로 나아갔으면 한다”며 “디지털 집현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 K무크(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를 포함해 국가에서 생산하는 모든 콘텐츠를 일선 학교에서 저작권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황윤태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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