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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이 만든 ‘부정부패 무공천’ 혁신 지우는 민주당… 野 “약속 파기”

내일부터 이틀간 당헌 개정 투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에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방침을 29일 조기에 확정한 것은 수도 서울의 상징성과 내후년 대선 일정을 고려해 후보를 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이 지닌 상징성과 비중,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보선 1년 뒤에 치러지는 대선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물론 이낙연 대표로서도 이는 막대한 부담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 야당의 선거운동을 바라만 봐야 한다. 이 경우 지역조직엔 치명타”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매를 맞더라도 정치적 심판은 투표로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서울·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 특히 피해 여성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당의 도리라고 했다.

민주당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 등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앞으로 후보들은 검증위를 통해 엄격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스스로 도입했던 정치개혁 혁신안을 ‘셀프 폐지’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2022년 정권 재창출의 발판이 될 보선 승리를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피하긴 어렵게 됐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여기에 ‘(후보자 추천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안건에 대해 31일부터 이틀간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당헌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2015년 6월 이른바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1호 혁신안이었다. 당 후보가 원인을 제공한 선거라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인호 수석대변인과 정춘숙 의원 등이 당시 외부전문가로 혁신위에 참여했었다. 당헌 개정 후 민주당은 ‘청부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이후 무공천 원칙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전 당원 투표 제안문에 “국정과제 완수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재보선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써 당원들의 당헌 개정 찬성을 적극 유도했다.

야권은 ‘말바꾸기’ ‘내로남불’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당원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인 것처럼 포장한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저버렸다” “말바꾸기 명수인 민주당이 민주당답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스스로에 대한 약속인 당헌·당규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한편 여야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우선 여당에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김영주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의 도전도 언급된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역인 권영세 박진 의원과 함께 나경원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자천타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힌다.

양민철 이상헌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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