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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지금 미국은] 美 바이블 벨트, 굳건한 트럼프 지지에 ‘미묘한 균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018년 3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기독교 복음주의 거목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장례식에서 설교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3월 이른 아침, 미 공군 1호기가 예정에도 없던 이륙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치러지는 세기적인 복음주의 선교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장례식장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부부를 특수부대 정복의 소령이 거수경례로 맞았다. 트럼프는 그가 그레이엄 목사의 손자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몰표를 행사하는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프랭클린 그레이엄(빌리 그레이엄의 아들이며 남부 기독교 복음주의 교단 지도자)의 막내아들이다. 2007년 이라크전에 육군으로 참전해 부상했다. 대통령을 특별하게 맞이한 에드워드 그레이엄 소령은 미국의 심각한 해외 분쟁에 대해 트럼프와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는 그 후에도 에드워드 그레이엄과 전화로 대화를 이어갔다. 트럼프는 그와의 대화를 통해 2016년 선거운동 동안 ‘끝없는 전쟁에서 미국 군대를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공약의 실현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이는 세계의 안정에 미군 철군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대통령을 교육하던 존 켈리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대통령과 결별하는 원인이 됐다. 이런 백악관 분위기가 전해지자 에드워드 그레이엄은 “내가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 교단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다. 그는 남부 기독교인들의 몰표를 유도할 수 있어 민주·공화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거의 모든 대통령의 영적 지도자였던 아버지 빌리 그레이엄의 옆에 있었다. 그 자리에서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교단의 선교력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충분히 학습했다. 부시 가문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엔 부통령급 영향력을 발휘했다. 부시는 회심 기독교도(회개하고 새로 태어난)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프랭클린 그레이엄을 앞세워 선거 유세를 했다. 그는 부시 재임 8년 동안 백악관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9·11 테러 직후 “이슬람교는 매우 사악한 종교”라고 말해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복음주의는 예수님을 세상에 전하는 일만을 하는 것”이라고 한 그의 아버지 빌리 그레이엄과는 결이 좀 다르다. 2018년 죽음 직전의 빌리 그레이엄은 본의 아니게 정치적 당파에 얽힌 것을 아쉽게 후회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정치에서 벗어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력을 향한 자신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 목사의 권력 결탁을 매우 걱정한 것이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식부터 아버지를 대신한 프랭클린 그레이엄의 기독교 복음주의 교단의 정치세력화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를 향해 그의 기준틀이 이슬람이라고 말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방송 인터뷰에선 오바마가 출생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TV쇼를 진행했던 트럼프가 이것을 놓칠 리 없었다. 바로 받아서 이슈화했다.

2013년 트럼프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95번째 생일에 초청받아 생애 딱 한 번 직접 만났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자기 아버지가 듣지도 보지도 못 하고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트럼프를 초청했다. 트럼프와 빌리 그레이엄은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프랭클린 그레이엄과는 그렇지 않았다. 2015년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트럼프의 첫 목표는 남부 바이블 벨트를 움직일 수 있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였다. 점점 보수화하는 남부 바이블 벨트 확보를 위해 아버지보다 더 근본주의 경향의 권력지향적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더 안성맞춤이었다. 바이블 벨트의 위력에 힘입어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는 재집권을 위해 일찌감치 보수 기독교 복음주의 교단의 총수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을 각별하게 챙겼다. 2018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사망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조사 순서가 없는데도 부통령을 데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산꼭대기 생가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덕분에 우리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소감을 받아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이 승리는 신의 뜻입니다. 하나님이 승리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트럼프는 하나님의 사자가 됐다. 지난 8월 말, 화상으로 치러진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프랭클린 그레이엄이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에게 축복 기도를 했다.

지난 6월, 인종시위가 전역을 휩쓸었을 때 트럼프는 그가 다니지도 않는 백악관 맞은편 교회 앞에서 믿지도 읽지도 않는 성경책을 거꾸로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에 감동한 바이블 벨트 기독교 보수 우파의 지지는 지금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손녀인 조슈아 듀포드가 외삼촌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의 정치적 입장에 공개적 반기를 들고 나섰다. 빌리 그레이엄의 장녀인 버지니아 그레이엄의 딸이다. 그녀는 “내 가족에 그리고 복음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과 관계없이 나는 가능한 한 진정으로 예수님을 대표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할아버지 명성에 힘을 얻고 있는 많은 여성 가족이 본인의 트럼프 반대 발언에 조용히 감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속받은 빌리 그레이엄 재단의 플랫폼을 통해 듀포드는 동료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으며, 많은 구성원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힘을 얻는다고도 했다. 그녀는 또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이 구성한 링컨프로젝트의 여성연합에 합류했다. 듀포드는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 투표할 수 있는 ‘바이든을 위한 낙태 반대 복음주의자들’이라는 조직을 통해 복음주의 신앙인 유권자를 모으고 있다. 민주당이 태내의 생명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공화당에도 태아 밖 삶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빈곤·건강·인종차별·환경 등 생명 친화적 이슈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다른 가족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공화당에 투표했지만 오바마 때부터 자유롭게 투표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기의 가치에 더 적합한 ‘자기 신앙에 성실한 사람’이 바이든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듀포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삼촌을 보면서 매우 슬퍼하실 것 같다”며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예수님은 항상 더 높은 벽이 아닌 더 넓은 테이블을 마련하셨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겁을 주거나 사람들이 자기를 듣도록 강요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겸손하게 자신에게로 인도하셨다”고 말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손녀인 듀포드를 시발로 복음주의자들의 자리 이동에 봇물이 터졌다고 남부지역 대중 매체들이 전하고 있다. 바이블 벨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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