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000만명 기록적 사전투표 열기… 누가 웃을까

대선 D-1 워싱턴 특파원 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이번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눈 성형설을 제기하며 “그는 사람들이 성형 부위를 쳐다보는 걸 원치 않는다. 좀 더 큰 선글라스를 써야할 것”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 날 또 다른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유세에 나선 바이든 후보. 로이터·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사흘 남겨놓은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30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 건물. 사전 현장투표소가 차려진 이곳에서는 종료 30분을 앞둔 시점임에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건물 내부에 길게 이어졌다.

버지니아주는 이날 오후 5시를 끝으로 사전 현장투표를 종료했다. 미국은 주마다 사전투표 기간이 다르다. 버지니아주에선 지난 9월 18일 사전 현장투표가 시작돼 이날 끝난 것이다.

보험회사에 다닌다는 40대 남성 제이콥 캠벨은 “오늘이 사전 현장투표 마감일이라는 것을 어제 알고 급히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당일 많은 유권자들이 몰릴 것 같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서 있는 것이 걱정돼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이 누구에게 한 표를 던졌는지 귀띔해주기도 했다. 투표장 밖에서 만난 50대 백인 여성은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면서 “조 바이든이 무조건 미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다시 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다”고 덧붙였다.

앤디라는 이름의 백인 남성은 “바이든은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트럼프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지금까지 9000만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2016년 대선에서 투표에 참가했던 인원 1억3650만명의 66%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자 1900년 이후 최고 대선 투표율인 1908년의 65.4%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전투표 열기는 올해 미국 대선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신호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은 관건은 3일 대선 당일 현장투표율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하기 때문에 현장투표율이 높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의 투표 방법은 우편투표, 사전 현장투표, 대선 당일 현장투표로 나뉜다.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를 합쳐 사전투표라고 부른다. CNN은 전국 등록 유권자의 거의 43%를 차지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35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는 지난 대선 당시 총 투표자 수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이들 주에는 플로리다·미시간·위스콘신주 등 경합주들이 포함됐다.

텍사스주와 하와이주에서는 지난 30일 이미 2016년 대선 당시 총 투표수를 넘어섰다.

텍사스주의 경우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900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 대선 투표자는 896만명이었다. 텍사스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자 선거인단 38명이 걸려 있는 곳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텍사스주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이변이 발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AP통신은 정치 데이터 업체 L2를 인용해 사전투표자 중 47%는 민주당 지지층이며, 33%는 공화당 지지층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자체 분석을 통해 이번에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 중 처음 투표에 참여했거나 투표를 그동안 자주 하지 않았던 유권자 비율을 27%로 추산했다. 이들 유권자만을 놓고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이 43%, 공화당 지지층이 25%로 집계됐다.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나 오랜만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선벨트’로 불리는 남부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텍사스주에 몰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공화당 강세 지역이던 이들 주에 바이든 후보가 기대를 거는 이유다.

20대 젊은층의 높은 사전투표율도 바이든 후보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20대의 사전투표율은 11.3%를 기록했는데, 2016년 대선 당시의 9.6%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다. 특히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주에서 젊은층의 사전투표율은 30%를 넘었다. 그러나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학 교수는 “모든 연령층의 사전투표율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사전투표율에 놀란 트럼프 지지층이 대선 당일 대거 투표소로 몰려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 교수는 “대선 당일 투표율이 낮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 캠프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대선 당일 더 큰 격차로 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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