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개표에 수 주가 걸릴 수 있다”면서 “혼란이 벌어질 것”이고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당일 투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지만, 대선 불복 가능성을 비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혼란을 이유로 대선 당일 일방적으로 선거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유세에서 “펜실베이니아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그날(11월 3일) 결정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매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그 사이 매우 나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야 한다”며 개표 혼란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선거는 게임”이라며 “누가 이기고 지든 게임의 결과가 선거 당일인 11월 3일 나올 것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데 연장이 웬말인가”라고 비판했다. 11월 3일 선거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개표기한 연기 지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펜실베이니아주는 우편투표 배달 지연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대선이 끝나고도 사흘 내에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는 개표 집계에 반영하도록 결정했다. 공화당은 이에 반발해 연방대법원에 펜실베이니아주의 결정을 저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끔찍한 결정에서 보듯 (백악관은) 대법원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는 최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편투표 도착 지연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플로리다대 선거정보 제공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분석해 30일 기준 13개 경합주에서 700만표 이상의 우편투표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13개 경합주 전체 우편투표지 2400만장 가운데 28%에 해당한다. 전체 우편투표지 3장 중 1장이 배달되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편투표와 현장투표의 주 참여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CNN이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64%, 참여할 예정인 유권자의 63%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응답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만큼의 우편투표지가 인정되고 반려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NYT는 “투표지가 어느 시한에 도착한 것들까지 인정돼야 할지는 선거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이용해 11월 3일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판단할 경우 승리를 선언해버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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