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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쪽방촌 도시재생 뉴딜사업 기대

안하원 부산 동구쪽방상담소 소장


예부터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 조건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의(衣)와 식(食)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옷이 없어서 벗고 다니는 사람 없고,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 없다. 그러나 주(住)의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주거 문제 역시 상당 부분 해결돼가고 있으나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퍼즐이라 볼 수 있다. 부산지역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25일 동구청에서 ‘부산 동구 주거 취약지 도시재생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총괄사업관리자로 해 도시재생과 쪽방촌 정비가 결합된 모델로 4년간(2021~2024)에 걸쳐 좌천동 일대에서 쪽방 등 노후 주거지 정비, 순환형 임대주택 건립, 폐교 부지를 활용한 복합문화복지센터 건립 등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좌천동 쪽방촌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고무공장 창고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피란민들의 정착지로 변모된 노후불량 주거지로 현재 51개소 쪽방이 존재하고 있으며, 지역의 사업체 수와 인구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활력을 잃은 채 슬럼화돼 개발 필요성이 상존해 왔던 지역이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낡고 허름한 시설인 쪽방. 쪽방 개발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지만 사업성이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이란 단어는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두렵다. 쪽방 주민에 대한 배려 없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일방적으로 개발된다면 쪽방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막막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 소외된 그들을 포용하는 따뜻한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그리고 LH가 앞장섰다. 쪽방촌 정비를 위해 사업기간에 도시재생 뉴딜 재정을 활용해 임시 이주 공간을 제공하고, 개발 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쪽방 주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선(先) 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는 최근 구도심 재개발과 맞물려 원주민 및 쪽방 주민들이 쫓겨나야 하는 악순환에 비하면 매우 신선하고 진전된 정책이기에 쪽방 주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쪽방상담소 입장에서 보면 획기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올해 1월과 4월에 발표된 서울 영등포와 대전역 쪽방 정비 방안에 이어 세 번째인 부산 동구 쪽방사업의 공통점은 세입자의 둥지 내몰림 없이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며 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주거약자 편에서는 배려와 세심함이 엿보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주거복지,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지만 ‘동구 주민들과 쪽방 주민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 사업’이라 명하고 싶다. 동구쪽방상담소도 쪽방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안하원 부산 동구쪽방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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