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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치적 부족주의

천지우 논설위원


부족(tribe)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인종·언어·관습 등을 가진 집단으로, 주로 저개발 사회의 공동체를 가리킨다. 따라서 선진국의 정치 현실을 분석할 때 ‘부족’이란 단어를 쓰면 비이성, 반지성, 맹목적인 성격이 부각된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정치적 부족주의가 기록적인 수준의 불평등과 결합하면서 오늘날 우리는 양 정치 진영 모두에서 맹렬한 정체성 정치를 목격하게 됐다”며 현재 미국에서 부족주의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정치적 부족은 모든 사안을 ‘우리 대 저들’이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해 우리 편이 아닌 것은 배제하고 징벌하려 한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 서로 생각이 달라 갈등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부족으로 갈라져 극한 투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분열이며 퇴행이다.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에 따르면 미국의 정치 공동체가 백인의 영역으로 제한됐던 과거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심하게 대립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롭게 지냈다. 하지만 흑인 시민권이 보장되고 이민자가 폭증한 이후, 즉 인종 포섭과 완전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부터 각 당의 색깔이 분명해지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도 커졌다. 이민자가 많아져 ‘미국이 갈색이 되는 것’에 위협을 느끼는 백인들, 특히 농촌·중서부·노동자 계급의 백인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부족이 됐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대깨문’ ‘내로남불’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도 잘 들어맞는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문재인정부는)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며 “조국 사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정치적 전쟁은 수많은 명망가를 권력투쟁의 졸(卒) 또는 사적 이해관계나 정실에 얽매인 ‘부족주의 전사’로 전락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그만두고 말았다. 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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