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여의도포럼]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기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며칠째 유럽과 미국 등 각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제2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어떤 외신들은 단정적으로 전하기도 한다. 심지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동물과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질병인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상당기간 인간을 괴롭힐 것이라고 감염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10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건강한 사람들까지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전후를 비교한 연구로 8월 말에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노와 공포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 25.3%는 ‘분노’, 15.2%는 ‘공포’라고 답했다. 이는 8월 초에 행한 동일 설문과 비교할 때 불안의 비율은 줄었지만 분노는 2.2배, 공포는 2.8배나 증가했다.

또한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가해지는 경제적·사회적 타격은 더 심해서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10월 초 미국 코넬대 인간생태학부, 미주개발은행(IDB) 연구분석실 공동연구팀이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17개국 2만35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최저임금 이하 저소득가구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득 상위계층에서는 코로나19로 실직한 비율이 14%에 불과한 반면 저소득 가구 71%에서 가구원 가운데 최소 1명 이상이 실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건강상태나 영양섭취가 악화돼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으며, 늘상 불안에 싸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들을 볼 때 코로나19는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와 함께 정부의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 차원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당분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현재 상황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지방방송은 자주 우울증 예방에 관한 쉬운 정보를 주곤 했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들자면 우울할 때 우선 만사 제쳐놓고 햇빛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싫어도 햇빛이 있는 잔디에 누워 있거나, 걷거나 조깅을 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안하게 되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하게 되는데, 이를 머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꼬이고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대개 우울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으로 생각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해야 할 일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해 보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기 귀찮으면 집 안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고, 그런 후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여러 번 움직이면 된다. 이처럼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의욕도 서서히 살아나게 마련이다. 근육 키우기는 우울 줄이기의 급소다.

기억에 또 남는 것은 우울하지 않으려면 물리적 만남이 줄어들더라도 평소보다 더 연락을 자주 하는 등 상호교류의 끈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선물 보내기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던져 버리고, 대신에 나 이외의 현실 세상에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만 몰두할 경우 부정적인 생각만 늘어나고 더 우울해지며, 이 같은 상태에서 자기 자신에게만 파고들면 더욱 괴로워질 뿐이기 때문이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