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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게임 캐릭터·앱… IT 저작권 감정 부쩍 늘었죠”

[논설위원의 이슈&톡] 저작권委 감정분석실을 가다

서울 용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분석실에서 5일 감정 전문가들이 수사기관 등에서 의뢰받은 저작권 분쟁 사건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개관한 감정분석실에는 CCTV와 감정 전문 프로그램을 갖춘 컴퓨터 등이 설치돼 있다. 윤성호 기자

“발라드를 베껴서 트로트로 변형한 것 같다는 의뢰가 들어와 오디오가 얼마나 유사한지 분석 중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복제하고 개작했다는 법적 분쟁이 발생해 감정하고 있습니다.”

5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출입통제구역이라 적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감정 전문가들이 저작권 분쟁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 분석에 한창이다. 이들은 세 대의 대형 컴퓨터 앞에 앉아 저작권위원회가 개발한 특수 프로그램인 ‘exEyes’와 ‘CodeEye’를 실행시키고 있었다. exEyes는 유사도 분석 시스템이고, CodeEye는 오픈소스SW 라이선스 검사서비스이다. 전문가들이 감정목적물(저작권 침해판단을 위하여 감정을 의뢰받은 저작물)을 exEyes에 입력하고 실행시키면 원본과 비교본에서 서로 유사한 부분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대략 어느 정도가 비슷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곳은 지난 9월 23일 문을 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분석실이다. 감정목적물로 제공되는 자료들은 재판의 중요 증거 자료일 뿐 아니라 사건 당사자의 영업 비밀인 경우도 많아 보안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 저작물이 기술적으로 더욱 전문화되면서 급변하는 저작권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감정분석실이 만들어졌다. 보안을 위해 CCTV가 설치됐고 감정목적물 분석을 위해 하드웨어 장비를 갖춘 컴퓨터가 갖춰졌다. 감정목적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전용 보관함, 회의를 위한 탁자와 모니터 등이 설치돼있다. 감정자료 반입 반출 관리도 엄격하다.

저작권. 일반인에겐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다. 보통은 주로 음악이나 책 영화 등을 생각한다. 즉 “내 책을 베껴 또 다른 책을 출판했다.” “내 영화의 어떤 화면을 저 영화에서 약간 변형해 가져다 썼다”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매체가 확대되고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저작권 환경도 복잡하고 고도화됐다. 김근태 저작권위원회 조정감정팀장은 “전통적인 영상 미술 등의 저작물과는 달리 요즘엔 유튜브에 사용되는 시각적 효과, 인기 게임물의 이미지나 캐릭터 등의 유사성을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책과 책, 영화와 영화 비교가 아닌 책과 영화처럼 다른 장르를 비교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작권 분쟁의 소지가 있을 법한 것이 많다. 학원에서 이용되는 각종 교재, 음식점의 간판 캐릭터나 음식 메뉴 사진도 해당된다. 내가 조명까지 조절하며 공들여 촬영한 음식 사진이 다른 가게 메뉴판에 등장할 수도 있다. 특이한 모양의 커피숍 같은 건축물도 해당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내가 개발한 사진 보정 앱, 채팅 앱, 배달 주문 앱, 게임 앱 등을 도용당했다는 소송도 발생한다. 회사 업무용 소프트웨어, 공장의 공정관리 프로그램, 병원의 의료 정보시스템, 가격비교 웹사이트, 쇼핑몰 사이트. 이 모든 것이 저작권 감정 대상이니 무궁무진한 셈이다.

이렇게 대상이 확대되면서 저작권 분쟁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전문적 판단을 제시하는 저작물 감정 제도의 중요성이 커졌다. 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면 어디로 문의해야 할까.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전문성과 법적인 경험과 지식이 모두 있는 곳, 저작권위원회다. 이곳에 들어오는 감정목적물은 주로 법원 또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의뢰한 것이다. 저작권 분쟁이 발생해 그 침해 여부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법원과 수사기관의 최종 판단을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권리자와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저작권위원회가 하는 일이다.

감정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문, 음악, 영상, 미술, 사진, 건축 같은 일반 저작물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다. 이 둘은 각각 저작권위원회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가 나눠서 관리했었다. 2009년 두 기관이 한국저작권위원회로 통합되면서 저작권법 제113조 및 119조에 따라 저작권위원회에서 모든 저작물을 대상으로 감정을 수행하고 있다.

감정 제도를 이용하면 감정을 각 저작물 분야의 전문가가 수행하고, 감정전문위원회의 엄정한 심의를 거쳐 진행하므로 결과의 신뢰성이 보장된다. 수행 절차는 이렇다. 먼저 법원 또는 수사기관 등이 감정 의뢰를 해야 한다. 위원회는 제출된 자료를 분석해 예상되는 감정 비용을 의뢰기관에 통보하고, 감정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과를 제공한다. 비용은 저작물의 유형과 난이도에 따라 다른데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2015년 이후 매년 평균 60건을 수행했다. 저작권 유형별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약 100명의 감정인단에서 감정 수행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가 선정되어 감정한다. 저작권위원회 윤지현 박사는 “감정분석실 설치로 전문성이 보다 강화되고 자료 보안 관리에 신뢰성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며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저작권 침해 사건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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