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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못 믿을 미 선거 여론조사

이흥우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미 여론조사 업체들은 힐러리의 무난한 승리를 전망했다. 트럼프 승리를 예측한 몇몇 업체가 있었으나 그래도 힐러리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소수였다. 그러나 선거는 트럼프의 무난한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총 득표수에서 힐러리에게 뒤졌지만 선거인단 선거에서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직접선거였다면 여론조사가 맞았겠으나 미 여론조사 업체들은 승자독식의 주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세계적 망신을 샀다.

미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번 대선에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인공지능(AI)을 동원하고 여론조사에 잘 드러나지 않는 ‘샤이 트럼프’의 표심을 반영하기 위해 4년 전에 비해 이들의 가중치를 높였다. 하지만 결과는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 여론조사 업체들은 경합주인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선벨트 3개 주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적게는 2% 포인트에서 많게는 8% 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합주에서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의 경우 트럼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고, 나머지 주에서도 바이든의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대다수 업체들은 민주당의 약진을 예측했으나 이 역시 빗나갔다.

트럼프는 선거전 막판 “여론조사는 가짜”라며 지지층을 선동했다. 큐어넌 소릴 듣는 트럼프지만 실제 개표 결과를 보면 그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프로파간다는 아니었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를 찾는 데 실패했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데 열 길 물속을 훤히 아는 과학으로도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자주 틀리면 더 이상 과학이라 할 수 없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 매주 발표되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는 믿을 만한가.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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