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샤이 트럼프’, 그러나 더 막강했던 ‘안티 트럼프’

미 대선 투표의 개표가 진행 중인 4일 밤(현지시간) 뉴욕 워싱턴 광장에서 ‘모든 표를 개표하라’고 쓰인 팻말을 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위 사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마리코파 카운티 개표소 앞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총기를 들고 서 있는 남성의 모습이 눈에 띈다. UPI·AP연합뉴스

‘샤이 트럼프’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안티 트럼프’ 바람을 뚫지는 못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샤이 트럼프는 사회적 평판 등을 고려해 여론조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실을 숨기다가 투표장으로 몰려나가 트럼프 대통령을 찍는 유권자들을 말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극’ 배경에 이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치적 용어가 됐다. 올해 미 대선에서도 샤이 트럼프가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샤이 트럼프가 거의 사라졌다는 주장과 여전히 막강하다는 반론이 엇갈렸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샤이 트럼프의 존재는 여전히 강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의 열세를 비웃기라도 하듯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안티 트럼프 바람이 아니었다면 미국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번 대선에서 또 한번 망신당할 뻔했다.

이번 대선의 격전지였던 플로리다·미시간·위스콘신주의 투표 결과는 샤이 트럼프가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많이 숨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CN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체인지리서치가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달 29일∼지난 1일 플로리다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를 얻어 48%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을 눌렀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플로리다주의 승자는 트럼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1.2%의 득표율로 47.8%의 바이든 후보를 제쳤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는 3% 포인트 열세였는데 실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3.4% 포인트 우세로 끝난 것이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선 승자가 바뀔 뻔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7일∼지난 1일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각각 10% 포인트나 앞섰다. 이들 주는 접전지에서 제외될 정도였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초박빙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주에서 0.6% 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에서도 2.4% 포인트 격차로 힘겹게 이겼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는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었으나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하면서 민주당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지역이다. 바이든 후보는 반트럼프 바람에 힘입어 이들 지역을 겨우 빼앗아 온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에서 4년 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던 일부 백인들이 비판적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애리조나주는 다르다. 민주당 입장에서 애리조나주는 1996년 대선 이후 이겨본 적이 없는 불모지였다. 그러나 24년 만에 애리조나주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커졌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일등공신은 안티 트럼프 바람이다. 대선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막말, 돌출 행동 등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늘어 안티 트럼프 열풍이 강하게 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분석은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백인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한 반감으로 등을 돌린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의 꿈을 꺾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는 그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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