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난센스

라동철 논설위원


뜨거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거나, 비가 올 것 같은데 세차를 한다거나,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면 ‘난센스(nonsense)’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치에 맞지 않거나 상식에 벗어나는 말과 행동, 상황을 가리키는 말인데 간혹 오용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그랬다. 노 실장은 감사원이 얼마 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경제성만으로 평가하고 감사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폐쇄는 경제성·안전성·국민 수용성을 종합 판단해야”하는데 감사원 감사는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반박했다. 다음 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감사 결과를 난센스라고 하는 비서실장 말씀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 실장이 감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부당한 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누차 밝힌대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 경제성 평가의 타당성과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게 목적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나 탈원전 정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감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노 실장은 정책 감사라고 마음대로 확대 해석하고는 감사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는 난센스를 보여줬다.

요즘 정치권이 정치적 사안이 아닌데도 진영 논리란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는 모습이 일상화되다보니 난센스가 넘쳐난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수호할 적임자’라고 극찬했던 감사원장이 여권에 불리한 감사를 했다고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 그렇고, 검찰 개혁을 하겠다면서 여권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 검사들의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가는 것도 그렇다. 내로남불은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에게 다반사다. 참으로 난센스한 세상 아닌가.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