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도둑 맞았다”… 美 언론들 “가짜” 생중계 중단

CNN “선거 공격 사회 좀먹는 것”… 공화당 의원조차 “제정신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한 뒤 퇴장하고 있다. 줄곧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경합주에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했지만 잇따라 기각됐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가 더뎌지며 승자가 가려지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도둑 맞았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가짜” “사회를 좀먹는 가짜뉴스”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의원들조차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투표의 무결성을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지지자들이 침묵하도록 두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 케이스다. 그러지만 않으면 내가 이긴다”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맹비난했다.

기자회견 직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앉아 미국의 민주적 절차를 무참히 공격했다”면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가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는 아무런 증거 없이 선거당국 직원들을 모함했다”면서 “바이든이 승리에 가까워지자 트럼프는 갑자기 부정선거론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에 대한 공격 시도는 잠재적으로 위험하며 사회를 좀먹는 것”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한 길이 보이지 않자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허위 주장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면서 “그는 확답을 주는 대신 입맛에 맞는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정 공방을 계속할 것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MSNBC와 ABC, NBC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다 선거 조작 얘기가 나오자 일제히 카메라를 돌리거나 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선거 조작 주장에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공정하고 합법적인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윌 허드 하원의원은 “국민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목소리(투표)를 현직 대통령이 약화시키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틀린 행동”이라며 “미국의 건국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담 킨징어 의원도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하다”면서 “(부정선거의) 증거가 있다면 증거를 제시하고 법원에 가져가라”고 꼬집었다. CNN은 킨징어 의원 외에도 다수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 ‘증거가 있다면 제시하면 된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그는 트럼프 기자회견과 관련해 트위터에서 “누구도 우리에게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빼앗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놔두기에는 미국은 너무 멀리 왔고, 너무 많은 싸움을 했으며, 또 너무 많이 견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어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주의는 때때로 (지금처럼) 어지러울 때가 많다”면서 “이럴 때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모든 유권자의 표는 집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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