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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난민·이민자 향한 차별·불신 여전… 이슬람 테러로 갈등 증폭

사회통합의 현주소·과제

튀니지 국적의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신도와 성당지기 등 3명이 숨진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한 시민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기와 십자가를 들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무대에서 유럽은 함께 움직이는 동질적 공동체 같은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지만 내면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우선 지리적 개념으로서의 유럽에는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이 있다. 그리고 EU에 더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 노르웨이가 포함된 유럽경제지역(EEA)이 있다. 또한 어느 기구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는 스위스가 있다. 동유럽과 서유럽도 분명히 협력관계이기는 하나 민족, 언어, 정치체제, 종교, 문화 등의 측면에서 보면 서로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과제 중 하나는 사회통합 문제일 것이다.

사회통합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회통합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통합의 실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을 보면 복합적 요소가 존재하는 나라들이 많다. 우리보다 작은 스위스에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이 네 개나 있으며, 벨기에도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으로 나뉜다. 과거에 식민지를 많이 개척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는 옛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주민들로 인해 민족, 종교 등의 측면에서 엄청난 다양성이 존재한다. 한때 소비에트 블록에 속했던 나라들은 친러시아 노선과 친서방 노선의 대립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중국적을 허용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경제적 이유로 유럽 국가의 국적을 취득하지만 실제로 스스로를 ‘유럽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그들을 자신들과 동질적 사회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는 유럽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난민 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그나마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사회복지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는 커다란 함정이 존재한다. 복지정책이 대부분 금전적 지원에 의존하며, 사회구성원의 의식 수준을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몇 건의 테러 사건은 한 사회 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해도 지향점이 매우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국가가 제시하는 공동체의 가치 속에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프랑스의 경우 한 종교지도자를 풍자한 그림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교사가 무참히 살해됐는데 한쪽은 표현의 자유라는 국가 이념을, 다른 한쪽은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빈의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총격테러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두 사건을 자세히 보면 범인들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18세의 체첸 출신 난민이, 오스트리아의 경우 20세의 보스니아 출신 이민자가 테러를 자행했으며,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이슬람교도였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프랑스의 경우 범인이 10년간 유효한 체류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빈 테러 사건의 범인은 오스트리아 국적자였다. 즉, 두 사람 모두 불법이민자가 아니고 그 사회의 합법적 거주자였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독교 중심의 서방세계와 이슬람권의 충돌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종교가 이미 정치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기독교 교세는 날로 약해지고 있다. 어쨌든 오랫동안 유럽에서 두 세계는 전쟁, 협력 등을 거치며 완전히 분리돼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유럽 내 이슬람교도들 대부분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서로 다른 사회구성원 간의 불신과 차별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는 유럽 국가들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듯이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잘 어울려 산다는 것은 원래 매우 어려우며, 금전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복지정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통합을 추진함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선은 공동체적 가치관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사회화 전략이다. 흔히 양측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갈등을 흡수할 수 있는 보다 높은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사회구성원이 이 목표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강조되는 사회분위기 조성이다. 법에서 금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법은 도덕의 최소이며,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법이 일일이 규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은 개인주의 전통이 강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러다보면 문화적 상대성,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남을 무시하게 되며 이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어느 사회나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사회시스템과 분위기를 바꾸려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을 경우 그 사회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출하는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편익은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 프랑스에는 이슬람 이민자가 280만명에 이르는데 프랑스 가정보다 대체로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프랑스 평균 가정을 모델로 도입된 주거비 보조 등 각종 지원체계는 아이가 많은 이민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이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향후 복지재정 부담 및 사회갈등 요소로 남을 것이다. 우리도 현재 외국인들의 한국사회 유입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율로 향후 인구의 빠른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력의 핵심 요소인 인구 확보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증가하는 사회의 이질적 요소를 사회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효과적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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