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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MAGA

천지우 논설위원


미국의 한 기자는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승리 소식에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환호하는 모습을 보도하면서 “MAGA 모자는 이곳에서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 적힌 모자를 쓴 열성 트럼프 지지자들은 없었다는 뜻이다.

MAGA 구호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들고 나와 크게 재미를 봤다.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이 구호의 원조는 트럼프가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은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슬로건을 내건 198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트럼프와 달리 레이건은 재임 기간 이 구호를 성공적으로 실천했기에 이후 공화당 정치인들의 롤 모델이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에 ‘Build Back Better(더 나은 재건)’라는 구호를 썼지만, 사실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안티 트럼프 정서였기 때문에 구호는 큰 의미가 없었다.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중에서 가장 위력적이었던 것은 단연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다. 1992년 대선 때 빌 클린턴이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꼬집는, 쉽고 간명한 이 구호를 앞세워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선거 구호는 195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내건 ‘못 살겠다, 갈아보자’다. 당시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잡아낸 구호였다. 자유당은 ‘갈아봤자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방어적인 구호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는 사회당 첫 여성 당수로 ‘도이 붐’을 일으켰던 도이 다카코의 선거 구호가 유명하다. 도이는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소비세 추진에 맞서 ‘ダメなものはダメ(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단순하고 호소력 있는 구호로 표심을 휘어잡았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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