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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美 민주, 상원 탈환 빨간불… 대규모 부양책 발목 잡히나

바이드노믹스의 미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 층층이 쌓인 먹구름 한 겹을 걷어냈을 뿐이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으로 경제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조속한 경기부양책 추진이 여의치 않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거머쥐는 ‘블루웨이브’를 기대했으나 상원 탈환 실패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 변동성지수(VIX)가 1주일 전에 비해 13포인트 이상 하락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인 20을 웃도는 것은 불안심리가 여전함을 반영한다. 내년 1월 이전 부양책 합의에 실패할 경우 경제 재침체의 짐을 진 채 대통령 취임식을 맞을 수도 있다.

패색 짙어지자 부양책 번복한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부양책 협상에서 1조9000억 달러 규모를 제시했으나 일부 실업수당 연장, 중소기업 급여 지원 등에 국한된 5000억 달러 규모의 미니 부양책을 고집하는 공화당 의원들 반대에 부닥쳤다. 트럼프는 이에 따라 대선 이후 대규모 부양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었다. 대선 불복 소송에 돌입한 트럼프로부터 이 약속 이행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래리 커들러 백악관 경제고문이 지난 7일 “2조 또는 3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이 이를 짐작케 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같은 날 대선 패배가 짙어지자 실업률이 9월 7.9%에서 지난달 6.9%로 낮아진 점을 들어 미니 부양책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2조2000억~3조4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 마련을 준비해 온 민주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 의석 48석에 그친 민주당은 승부가 나지 않은 조지아주의 2석을 놓고 내년 1월 5일 치러질 결선투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승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취임 전까지 새 부양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경기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 경기의 버팀목인 소비판매는 지난 9월 전월보다 1.9%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이는 1~4차 부양책으로 마련된 추가 실업수당 등이 지급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5차 부양책이 지연될 경우 저축을 통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곧 소진된다는 점이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8월의 저축(가처분소득-소비지출)은 21조9000억 달러다. 팬데믹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가처분소득 연율 4% 증가 전제)의 저축은 8조4000억 달러로 정부의 이전소득 확대에 의해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는 13조4000억 달러(월 평균 2조4000억 달러)다. 이를 월간 개인소비지출(7조1000억 달러)로 나누면 월간 소비지출이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은 1.9개월로 이미 지난달 바닥을 드러냈을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총저축 기준으로는 3.1개월로 다음달 초순까지 버틸 수 있다.

임금소득도 여의치 않다. 실업률의 빠른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구 해고자가 늘어나는 등 구조적 실업이 문제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루 10만명 이상으로 폭증하는 등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곧 12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팀을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 대응 강화 움직임은 부분적 봉쇄로 이어지면서 경기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 소송과 레임덕, 그리고 정권 인수 과정의 불협화음은 통치 공백 혹은 정책 공백 리스크를 키울 수 있고 이는 미국 경제가 소위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 후퇴) 국면에 빠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코널 장벽 만난 바이드노믹스

상원 과반수 획득에 실패할 경우 바이든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장 큰 걸림돌로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를 지목한다. 매코널이 77세 동년배인 바이든과 35년 가까이 의회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버락 오바마 집권 8년 중 6년 동안 오바마의 주요 법안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던 이력을 볼 때 초당파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매코널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2위표’를 획득하는 등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한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피즘’의 유산을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의 입법 절차 없이 대통령의 서명으로 실행이 가능한 행정명령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이처럼 의회에서 주요 법안 추진에 장애가 예상되는 상황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FT는 상원 다수당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수전 콜린스 등 공화당 내 좌파 의원을 회유해 탈당시키거나 장관직을 임명해 민주당 인사를 후임 의원으로 지명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거론될 정도라고 소개했다. 마이클 베슐로스 대통령 역사 전문가는 “공화당 인사를 고위직에 앉히고 매코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면서 “출발부터 바이든의 한 손이 뒤로 묶여 있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매코널이 원하는 법안에 톤을 완화한 민주당의 법안을 추가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히 매코널이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는 증세 정책을 포기해야 민주당이 원하는 부양책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법인세율 인상, 친환경 정책, 노조 강화 등 좌파적 색채를 띤 바이든의 정책 공약은 중도 정책으로 탈색할 가능성이 커 민주당 내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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