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회복’ 손 내밀며 ‘中 견제 동참’ 등 떠미나

[한반도 기회와 도전] ② 한·미관계 전망
방위비·주한미군 원만한 타결 가능성… 전작권은 깐깐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의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우리 정부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의 강력한 동맹 관계에 기반을 두고 다자주의 원칙 하에 역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지만, 국제 역학관계상 철저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를 중심으로 한 전략 대응에서 벗어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참모인 줄리 스미스 전 부통령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최근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국의 동맹 체계는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것으로, 이타주의 또는 자선활동이라는 인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회복에 중점을 뒀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이라는 국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새로운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한·일 관계 개입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중국 견제의 경우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세워 동맹 또는 우방이라는 미명 하에 트럼프 때보다 거절하기 힘든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9일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동맹 회복에 포커스를 맞추겠지만 중국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인권 같은) 원칙을 함께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일단 동맹 회복이란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기조의 긍정적 효과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와 정부는 미국의 차기 정부와 함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양국 국민의 단단한 유대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특히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미 간 튼튼한 공조와 함께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과 같은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 갈등을 극대화하는 소재로는 떠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 개선에선 미국의 적지 않은 개입이 예상된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본격적인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동맹 관계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론 물밑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이 가해졌듯 바이든 행정부에선 현재 악화된 한·일 관계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2013년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만류하고, 참배 이후 국무부가 ‘실망했다’고 밝힌 사례를 들어 바이든의 역사의식에 기대를 거는 견해가 있지만, 이 또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 중 하나였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 회복’이라는 큰 틀에서 대외 관계 재정립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등 한·미 간 현안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을 놓고 ‘갈취’라고 비판했다. 차기 미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은 “한국은 재정적 지원과 군사, 작전 협력 면에서 좋은 동반자이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압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9일 “우리 정부가 요구한 ‘전년 대비 13% 인상’이 실무진에서 타협된 만큼 이 선에서 (협상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한미군 철수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대신 ‘전략적 유연성’이란 대원칙 아래 해외주둔 미군 전반에 대한 조정 과정에서 주한미군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중국 견제를 중심축에 놓고 동아시아 주둔 방식을 고민 중인 미국이 주한미군 배치 지역을 다분화하거나 주한미군 수를 줄이고 이를 동남아 일부 지역에 재배치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는 일부 현안에서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트럼프 행정부 못지않은 강한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의 ‘2020 미국 대선 전망과 후보 간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 민주당은 올해 공개한 정강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 불법 정부 보조금, 지식재산권 절도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동맹국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대만 민주주의 지지와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시행 지지 의사도 밝혀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 정부의 견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바이든 행정부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을 깐깐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동맹을 통해 역내 균형을 도모한다는 기조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안보전략 차원에서 한반도 내 군사지휘권을 미국이 그대로 쥐고 있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바마 행정부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강제징용과 같은 한·일 문제 해결에 압박을 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일본과 대화를 거부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처음 마주 앉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이었지만 사실상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미국의 무언의 압박이 가해진 자리였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 민주당은 한국과 일본이 계속 싸우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끼리는 역사도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오바마 때처럼 한·일 지도자를 부르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선, 손재호, 임성수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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