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질적으로 외롭게 태어난 존재”

정호승 시인 ‘외로워도…’ 출간

시인 정호승이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로움을 인간의 본질로 이해했을 때 그 이해가 외로움의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인 정호승은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 제목을 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3년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후 7년 만에 펴낸 산문집에서 정호승은 자신의 시 60여편을 추리고 그 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책 제목은 그의 시 ‘수선화에게’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는 문장 “나는 언제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에서 가져왔다. 해당 글에서 정호승은 마흔여덟 살 때 친구로부터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듣고 그에 답한 것을 계기로 ‘수선화에게’를 쓰게 됐다고 소개한다. 그는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인데, 본질을 가지고 ‘왜’라고 생각하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본질적으로 인간은 외롭게 태어나고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시와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 책의 형식에 대해선 “항상 생각해 오던 것”이라고 답했다. 정호승은 “시를 한편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보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며 “시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한 상에 차리면 시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지닌 문학은 시와 산문이라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형성됐다. 별개의 것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1972년 등단해 ‘서울의 예수’ 등 1000여편의 시를 쓴 정호승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중 한 명이다. 2년 뒤 시력(詩歷) 50년을 맞는 그는 창작에 임하는 자세가 세월에 따라 달라져 왔다고 소개했다. 정치적·사회적으로 어두웠던 등단 초기엔 “시대의 눈물을 닦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간직했지만 일흔이 넘으면서는 “나라는 존재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시를 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내 존재의 눈물을 닦으면서 쓴 시가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또 시는 “영혼의 양식 중 하나”라며 물, 공기, 전기처럼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선 희망을 가지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희망은 희망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절망과 고통을 통해서 주어진다”며 “인내함으로써 희망의 날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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