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조용신의 스테이지 도어] 픽션보다 더한 언행 도널드 트럼프를 뮤지컬로 만난다면?

1932년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조지 S. 카우프만과 모리 라이스킨드가 대본을 쓰고 조지 거슈윈이 작곡한 뮤지컬 ‘오브 디 아이 싱’의 포스터. 미국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을 소재로 미국 정치판을 유쾌하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MTI 홈페이지

1932년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조지 S. 카우프만과 모리 라이스킨드가 대본을 쓰고 조지 거슈윈이 작곡한 특별한 뮤지컬이 발표되었다. ‘오브 디 아이 싱’(Of Thee I Sing)이라는 고전적 제목의 작품으로 ‘나 그대를 찬양하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공연의 형식도 오늘날 대사와 노래가 양식적으로 구분되는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다. 속사포 같은 노래가 이어지며 마치 대사처럼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현대 코믹 오페레타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백악관의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미국 정치판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1929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 직후 실업자가 범람하던 시기.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자 존 P. 윈터그린 후보 캠프는 획기적인 선거 전략을 수립한다. 바로 ‘사랑’ 캠페인. 미국 전역에서 미인 대회를 열어 1등으로 뽑힌 여성을 윈터그린이 청혼해서 백악관에 퍼스트레이디로 함께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수많은 지원자가 몰렸는데 정작 원터그린은 여비서 메리가 만든 옥수수 머핀을 먹고 그 맛에 반해 덜컥 메리에게 청혼한다. 윈터그린은 선거에서 승리하지만 미인 대회에서 1등으로 뽑힌 여성이 메리의 존재를 알면서 분란이 시작된다. 그 외에도 국회의원들은 사익을 추구하고 대법관들은 자기도취에 빠져있다. 또한 부통령 알렉산더 트로틀바텀은 공직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흠결 투성이다.

이 작품의 가사 중에는 “윈터그린 대통령 당선! 원터그린 대통령 당선! 그는 민중이 선택한 사람. 아일랜드인과 유대인을 좋아하지”라는 가사가 나온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아일랜드인과 유대인은 흑인과 여성에 비견될 정도로 마이너 집단이었다. 마이너 집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뮤지컬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비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스캔들이 났을 때 ‘대통령과 여비서의 사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이 크게 회자한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딸들을 위해 만든 책이 ‘아빠는 너희를 응원한단다’였는데, 이 뮤지컬 넘버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이 작품은 이제 고전이 되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미국 정치인들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불복 행위는 이 작품에서 표현한 미국 정치의 유쾌한 상상력을 완전히 뛰어넘고 있다. 극 중 원터그린이 ‘순애보’를 선택했고 현실의 클린턴이 ‘잘못된 사랑’을 선택했다면 트럼프는 이미 두 번의 이혼과 26번의 성범죄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만약 그가 재임 중 세 번째 아내인 멜라니아를 버리고 네 번째 재혼을 한 후 재선을 위해 ‘멈출 수 없는 사랑’이라고 포장했어도 사람들은 평소 트럼프의 행동 때문에 그답다고 할 것이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트럼프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는 창작자들은 자괴감에 시달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처럼 기발하고 능력 있는 사기꾼 캐릭터가 돼 작품 속에서 살아남기에 트럼프는 지나치게 현실 인물인 데다 그의 실제 캐릭터를 넘어서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기조차 어렵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나서는 순간 보호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수많은 회계부정 자료를 수집해온 뉴욕주 검찰을 비롯한 수많은 공권력 기관으로부터 그는 이제 민간인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미 SNL을 비롯한 많은 풍자 매체에서 대통령 재임 중 그를 풍자 대상으로 다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해나가지 않는 그의 독불장군 캐릭터에 지친 문화예술계는 재빠른 ‘손절’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뮤지컬 ‘도널드 트럼프’가 언젠가는 코믹 풍자 장르로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실제의 그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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