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 지방분권 강화는 시대정신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정치권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채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선거 결과가 2022년 대선 판도를 좌우할 수 있어 여야 모두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그 결과가 갖는 정치적 함의만큼이나 지방자치 제도 역시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내년이면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운 지방자치 제도가 시작된 지 30년이 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방자치 의미를 재발견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 4대 협의체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10월 19~2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에 따르면 국민 다수(80.1%)가 코로나19 방역에 지방자치단체가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앞서 재난지원금, 확진자 알림 서비스 등으로 발빠르게 대처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방역의 원동력이 됐다. 정부도 지자체의 방역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지자체 권한 수준을 묻는 질문에 48.4%가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재정을 분산하는 재정분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4.4%에 달했다.

이제 지방분권은 시대정신이 됐다. 선진국일수록 지방분권 체제가 잘 갖춰져 있고, 감염병 등의 위기 대응에 강하다. 우리나라도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 70.2%가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에 찬성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정부가 주도해 20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논의도 제대로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21대 국회가 시작되자 개정안을 보완해 다시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강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답해야 할 때다. 정치적 수사로만 지방분권을 외칠 게 아니라 입법으로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개정안은 크게 주민참여 확대,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 권한 확대, 중앙·지방 협력이 골자다. 우선 주민이 직접 조례 제·개정을 청구하고, 규칙 제·개정 의견을 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방의회와 관련해서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신설, 사무직원 정원과 임면 등에 대한 권한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회 공무원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어 공무원들의 적극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들은 전문인력 지원 없이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 감사, 민원 등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만 해도 한 해 예산이 40조원을 넘는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신설에 국민 72.9%가 찬성했고,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대해선 55.9%가 동의했다. 지자체가 부단체장 수를 늘리는 등 자치조직권을 강화하는데도 국민 78.1%가 공감했다. 지금은 서울시가 부시장 한 명 늘리고 싶어도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여야 지도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지방분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 시민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하는 기회가 확대되고 체감형 생활정치가 활성화될 것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