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박혜진의 읽는 사이] 헐벗은 죽음을 보며 헐벗은 나를 만난다

죽은 자의 집청소 / 김완 지음, 김영사 / 252쪽, 1만3800원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는 범죄현장이나 사망 후 방치된 사람의 집 등 ‘특수 청소’를 하며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특히 작가는 죽은 뒤에도 홀로 방치된 이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정리하면서 고독과 가난의 흔적을 발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장강명 작가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장강명 작가의 말은 종종, 실은 자주 정곡을 찌른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가 쓰는 글은 오직 정곡을 찌르기 위해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그가 출판계 혹은 문학계의 낡은 시스템에 의문을 표할 때마다 할 말이 마땅치 않아 궁색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장강명이 누군가가 불편해할 질문을 예의 바르게, 그러나 구태여 숨기거나 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물어보는 데 능한 작가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직진은 한국문학의 꼬여 있는 매듭을 군데군데에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장강명 작가가 출간한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도 직진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다만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직진한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삶이 책을 중심으로 교차하는 시선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날카로우면서도 경쾌하게 뻗어 나간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저자이자 독자이며 둘 사이를 연결하는 메신저로 활동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내부자의 논리에 빠져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던 ‘관습적’ 지혜나 포장된 게으름에 대해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강명 작가와 세 권의 책을 작업한 편집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이 쉬울 수는 없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는데 그 마음의 절반은 긴장감이었다. 한국문학 출판계가 내면화하고 있는 낡은 관행들을 스스럼없이 비판하는 장강명의 직진은 곳곳에서 의미 있는 변화들을 이끌어 냈다. 그와 같은 작가가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책, 이게 뭐라고’에 이어 읽은 책은 김완 작가의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다. 이 책의 저자인 김완 씨는 ‘특수 청소’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다. 특수 청소는 범죄현장의 뒷정리를 맡거나 쓰레기 또는 오물로 가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의미한다. 특히 사망한 이후 방치된 사람의 집에서 죽음의 흔적을 없애고자 하는 사람들이 특수 청소부를 찾는다. 특수 청소부는 인간의 끝이라고 이야기되는 죽음 이후를 바라보는 사람. 누구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죽음의 당사자도 보지 못하는 최후의 순간이 이들의 기억 속에 담긴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죽음을 가장 정면으로, 그러니까 직진하는 방식으로 다루는 책이다.

청소 현장에서 그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각은 죽음의 냄새다. 죽음 이후 방치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짙은 냄새가 그가 살던 공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그러나 저자가 마지막까지 떨치지 못하는 감각은 냄새가 아니라 고독과 가난의 흔적이었다. 혼자 죽어간 사람들, 그러므로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은 죽음을 맞은 외로운 사람들. 그들이 살았던 방에는 사소한 공통점이 있다는 얘기가 못내 잊히지 않는다. 쓰레기와 돈이 마구 뒤엉켜 돈의 가치가 너무나도 하찮아진 풍경에 대한 기억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만큼 가난했던 사람의 공간이라기엔 많이 아이러니한 풍경이었다. 죽음은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고 어떤 것도 구분하지 않는 세계인 걸까.

책, 이게 뭐라고에 대한 한 편의 답을 내놓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 특수청소 노동자의 작업 일기는 책이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안지와도 같아 보였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면서 나는 인간이 뭔가를 쓰는 행위, 그리고 무언가를 읽는 행위에 대해 거듭 생각했다. 그가 쓰레기가 되어 버린 인간의 흔적들을 청소한 이야기를 쓸 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공간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생겨난다. 그의 글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인생을 좀 더 여러 겹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글을 읽는 동안 우리는 현실의 공간도 아니고 책 속 공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책, 이게 뭐라고 나는 지금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삶도 죽음도 관조하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하러 온 나는 누구인가? 내가 이곳에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고, 지금 나는 무엇을 발견하려고 하는가? 그는 왜 나라는 인간에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굳이 내 판단의 사슬에 그를 옥죄어야만 하는가?”

저자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스스로에게 되묻는 이 질문은 인간이 책을 쓰는 이유인 동시에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타자로서의 자신을 바라본다. 한 사람의 타자로서 자신에게 가는 길은 독서의 다른 이름이다. 모르는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골몰하고 있는 동안 만나게 된 것은 나의 죽음, 그리고 나의 삶에 다름아니었다. 헐벗은 죽음을 다루는 책을 읽으며 헐벗은 나를 만났다. 정면으로, 그리고 직진으로.

박혜진 문학평론가

예술 작품에 긴 생명 불어넣는… 흥미로운 미술 보존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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