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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북한 금연법

김의구 논설위원


1980년대엔 기차와 버스에도 좌석마다 재떨이가 설치돼 있었다. 어디서나 흡연이 가능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담배를 권하는 게 일종의 예절이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면서 국제적 금연 움직임에 공조하기 시작했다. 86년 담배사업법 개정에 따라 담뱃갑에 경고 문구가 삽입되기 시작했다. 88년 대한항공이 국내선에 금연을 시작했고, 아시아나항공은 95년부터 전 노선에 금연 조치를 시행했다.

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큰 분기점이었다. 대형 음식점과 공공시설에 흡연구역 설치가 의무화됐다. 2006년 정부청사와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 실내는 금연 지역이 됐다. 2015년부터는 모든 음식점 안에서 흡연이 금지됐고 최근에는 주요 도로를 비롯한 옥외도 규제 대상으로 속속 지정되고 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4일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금연법을 채택했다. 공공장소와 보육 및 교육기관, 의료시설, 운송기관 등에 금연 장소를 지정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후 북한 언론에선 금연 캠페인 관련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였던 2005년 이미 담배통제법을 제정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해 오고 있었다. 이번 금연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위기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걸릴 위험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궁금한 대목은 담배 애호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금연 동참 여부다. 그는 지난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으로 가던 중 중국 난닝역 승강장에 내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공개됐다. 2018년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금연을 권유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북한 체제는 노동당의 정치 노선을 법보다 우위에 둔다. 하지만 정상 국가를 표방한 김 위원장이 법을 존중해 금연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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