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복음 전파에서 나아가 한국 말·문화 가르치는 것도 선교”

다문화 가족 돕는 대전 다누리센터 진요한·김영인 선교사 부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지 2년 된 베트남 여성한테 다급한 전화가 왔어요. 남편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경찰서로 와 달라는 거예요.”

다문화가족을 돕는 대전 서구 다누리센터에서 10일 만난 진요한(65·사진 오른쪽) 선교사와 아내 김영인(63·왼쪽) 선교사는 “2012년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한국말도 못하는 베트남 여성에게 경찰서는 공포였다.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급하게 생각난 것이 진 선교사 부부였다. 이후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선 ‘무슨 일 생기면 다누리에 전화하라’는 말이 돌았다.

이 일이 계기가 됐다. 가정상담이나 복음을 전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말을 알려주고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것도 선교사역이라고 생각했다.

진 선교사가 처음부터 한국에서 선교하려던 건 아니다. 침례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86년 전남 나주에 교회를 개척해 5년간 섬겼다. 침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의 부족함을 채웠고 91년 충남 부여 칠산교회 담임으로 목회했다. 그러나 선교비전의 끈은 놓지 못했고 2002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해외 선교를 결심했다.

광주 성림교회 파송을 받아 2008년 베트남으로 향했지만 2년 만에 돌아왔다. 풍토병에 걸린 아내의 상태가 심각해 후원교회는 본국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대전에 사는 딸의 원룸에 얹혀 살았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면서 국내 이주 외국인을 선교 대상으로 정했지만 이들을 만날 곳을 찾기 어려웠다. 아내인 김 선교사 머리에 ‘시장’이 떠올랐다. 베트남 여성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다.

대전에서 가장 큰 중앙시장에 갔더니 아이를 안고 가는 베트남 여성 2명이 보였다. ‘에모이’(얘들아) 하고 부르며 다가갔다. 이들과 교제한 그날 진 선교사 부부는 원룸 문 앞에 ‘다문화 플러스 센터’라는 간판을 달았다.

진 선교사는 “우리도 해외에 나가면 한인 네트워크가 있듯 이들도 네트워크가 있었다. 두 여성이 사는 마을로 갔더니 결혼으로 한국에 온 베트남 여성이 6가정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2년 뒤 조치원까지 다문화 선교의 영역을 넓혔다. 춘천 한마음교회(김성로 목사)와 성서공회 등의 도움으로 한-베트남 성경과 찬송가도 만들었다. 베트남 여성은 물론 자녀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부터 기술까지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선교사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 선교사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될 법하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하는 선교단체들도 한국 거주 외국인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진 선교사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선교할 때 모든 외국인이 아니라 자신 있는 특정 국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나라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단이나 교회, 선교 기관 등 파송단체엔 한국도 선교지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 선교사는 자신이 속한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해외선교부에 요청해 국내지부도 만들었다.

대전=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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