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와 타협한 극장… 가격 올리고 넷플릭스 영화 상영

코로나 장기화에 위기탈출 고육책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국내 극장가는 넷플릭스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고 영화표 가격이 인상되는 등 전례 없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팬데믹으로 한산한 서울 시내 영화관 전경. 연합뉴스

최근 국내 극장가는 범상치 않은 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영화표 가격이 2년6개월 만에 인상됐고 넷플릭스 영화가 전국 스크린에 걸리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반대편에서는 유례없던 영화관-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동맹’도 이뤄졌다. 영화계는 이 일련의 사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극장가 현실이 가시화한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근래 가장 화제를 모은 일은 국내 영화관 업계 1·2위인 CGV와 롯데시네마가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CGV·롯데시네마는 지난 11일 개봉한 넷플릭스 작품인 론 하워드 감독의 ‘힐빌리의 노래’를 시작으로 18일 데이비드 핀처 감독 신작 ‘맹크’를 연달아 선보인다. 이들은 모두 개봉일에서 2주 홀드백(온라인 공개까지 필요 기간)을 두고 넷플릭스에서 차례차례 공개된다. ‘힐빌리의 노래’는 현재 CGV 전국 30개관, 롯데시네마 5개관에서 상영 중이다.

양사는 12일 본보와 통화에서 “넷플릭스 영화들이 주로 택했던 ‘온라인·극장 동시 상영’만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었다”며 “이번 작품들은 배급사와 논의가 먼저 이뤄졌고 2주 홀드백을 확보하게 돼 상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10개월 가량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영화계가 넷플릭스와 현실적으로 타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GV가 지난 10일 발표한 3분기 영업손실은 968억원이었다. 매출액은 15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0%가량 쪼그라들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3분기 매출이 7할 정도 감소한 660억원을 기록해 440억원의 적자가 났다.

더구나 관객을 불러모을 작품도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거나 넷플릭스로 향하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에 이어 최근 스릴러물 ‘콜’도 넷플릭스 직행 티켓을 끊었다. 250억원 안팎 제작비를 들인 ‘승리호’도 넷플릭스행을 검토 중이다. 자본이 많은 극소수 배급사가 아니면 완성된 영화를 가만히 쥐고 있기가 힘에 부쳐서다.

최근 2년6개월 만에 이뤄진 CGV의 가격 인상도 여타 극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총대를 멘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GV는 평일 오후 1시부터 1만2000원, 주말(금~일) 1만3000원으로 관람료를 올렸다.

배급사·제작사 등 곳곳에 수익을 공급하는 영화관 특성상 티켓 가격이 올라가면 한국 영화 제작 규모가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인상은 ‘몸집 줄이기’ 등 자구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CGV는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직영점 3할 일시 영업 중단과 희망퇴직, 자율 무급 휴직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경쟁자로 여겨졌던 OTT와 합작도 이뤄졌다. CGV와 왓챠의 동맹이다. 회원 1500만명의 영화관람 패턴을 분석해 온 CGV는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 기반의 왓챠와 협업을 통해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영화관 관객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교해 70%가량 감소한 463만명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초의 이 실험 역시 코로나19가 불을 댕긴 셈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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