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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 든 인부 둘이
고사한 은행나무 밑동을 베고 있다.

일생의 속살 깊이 파고드는
강고한 톱날
이제 무엇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랴.

생명줄 놓고 그만 쓰러지고 마는 은행나무
밑동에 남은 나이테
경련하듯 파문을 그린다.

제각각인 파문의 간격
힘들게 살아온 자취 역력하다.
내 나이테에도 저런 자취 역력하리.

삶이란 하나씩 원을 그려가는 것
토막 난 은행나무 나이테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문우순 시집 ‘행복한 인생’ 중

말라죽은 은행나무는 속살 깊이 파고드는 강고한 톱날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쓰러지며 드러난 나이테만이 경련하듯 파문을 그릴 뿐이다. 각기 다른 파문을 통해 힘들었던 삶의 자취를 확인한 시적 화자는 이내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나씩 원을 그려가는 것이 삶이라는 깨달음 이후에 내리는 눈이 나이테를 따뜻하게 감싸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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