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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웃음거리 된 미국 민주주의

배병우 논설위원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을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이라고 불렀다. 모범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이 독일 등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 3일의 대선이 끝난 지 2주일이 다 돼가는 데도 혼란이 계속되면서 미국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인이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재미 있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상원의원인 셰후 사니는 “아프리카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곤 했다. 아메리카는 이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고 트윗에서 밝혔다. 사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자국 선거를 본 아프리카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에도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며 사기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자국 지도자들에게 나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대선 이후 상황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다.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미 대선의 혼란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불안한 상황은 보통 가난한 나라 선거에서 나타나는 것인데 미국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적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의 취약점을 중국 인민에게 학습시킬 좋은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 언론의 반응은 비웃기보다는 너무 충격적이라 말이 안 나온다는 쪽에 가깝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체는 두 쪽으로 나뉜 미국이 거의 통치불능(ungovernable) 상태라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영국 언론인 리오 매킨스트리는 “미국 민주주의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면서 “진보파들은 ‘영국 정치가 망가졌다’고 항상 비판하지만 이번 미국의 곤경은 우리의 의원내각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제도임을 보여준다”고 자위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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