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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덕도 신공항이 현실화된다?

배준호 한신대 명예교수


곧 나올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결론이 궁금하다. 그 내용이 박근혜정부에서 내린 김해공항 확장의 백지화로 이어지면 가덕도 사업의 재추진 등 동남권 신공항이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다. 배경에는 법제처가 김해신공항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지난 10일 내린 유권해석이 있다. 검증위가 ‘장애물의 제한 등’을 규정한 공항시설법 34조 해석을 놓고 법제처 의견을 물었는데, 답은 “(산의 절개 등) 장애물 절취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제처 해석은 부산시는 물론 현 정부 수뇌부의 뜻에 영합한 것이다. 2009년부터 가덕도를 지지해온 부산시가 협의에 나설 공산이 작고, 정부는 이를 빌미 삼아 김해 사업 무산과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 나설 것이다. 때마침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민심을 얻으려 선심 쓰는 데는 여야가 없다. 한통속이다. 가덕도 사업의 타당성 검증 용역비 예산도 미리 마련해 놓았다.

예산 제약이 없다면 가덕도 등 동남권에 인천 못지않은 번듯한 신공항이 이미 들어섰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것은 돈 때문이다. 토건 투자에 관심이 컸던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2011년 3월 공약 불이행을 사과하며 백지화했다. 역시 공약에 묶여 검토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6월 사업 규모를 줄여 김해공항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경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까지 10개월째 정상을 일탈해 있다. 전 세계 공항과 항공사 가운데 상당수가 막대한 적자로 폐업 직전이다. 내년 이후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만 논의 시점이 좋지 않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느라 나랏빚이 크게 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두 배 이상 큰 410조원의 빚을 후대에 떠넘길 전망이다. 노무현정부까지의 건전재정 기조와 크게 대조되는 방만한 살림 운영이다. 훗날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 나랏돈 퍼주기에 익숙해진 정치가와 고위 관료들이 “10조 사업? 그 정도쯤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이다.

국가적 프로젝트 추진에도 지켜야 할 절도와 법도가 있다. 초기 투자비가 큰 공항, 항만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은 경제성이 있거나 지역균형 발전 등 경제 외적 타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후자에 방점이 놓여 추진됐고 결론은 김해공항 확장이었다. 가덕도 사업의 타당성이 재검토되더라도 인구와 지역 경제, 대구·경북 지자체와의 갈등 등 4년 전보다 여건이 더 나빠져 후자의 정치적 배려에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

작금의 논의를 지켜보며 머릿속에 ‘달콤한 얘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나쁜 민주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말들을 떠올린다. 2011년 봄 밀양과 가덕도의 후보지 싸움이 피크에 달할 무렵, “국회의원들이 지역 눈치만 살피고 입을 닫는다면 정치 환경 개선과 지역 갈등 극복은 힘들다”고 하면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같은 기상이 아쉽다. “아무도 이기지 못하고 패자만 양산하는 싸움”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주장대로 해당 사업은 무산됐다. 10년이 다 되어간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후 비슷하게 전개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4, 5년마다 선거로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가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국민의 사고와 판단이 올바르지 않으면 좋은 민주주의 대신 나쁜 민주주의가 둥지를 튼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에 집착하기보다 좋은 시민이 되도록 노력해야 민주주의의 폭주가 예방된다. ‘민주’를 강조한 이 정부가 후세에 남긴 부의 유산으로 ‘도덕 불감증’과 ‘재정위기 불감증’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준호 한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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